사업하는데 늘 점검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알맞게 재고를 유지하는 일이다. 한인동포들이 많이 운영하고 있는 옷가게, 마켓, 선물점과 같이 재고를 취급하는 사업체는 그 보유량 여부가 사업의 이익과 손실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재고는 곧 돈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 많으면 자금을 잠재우는 셈이며 은행이나 사채등 타인자본를 이용하는 사업주는 금융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반면 재고가 적으면 팔 물건이 부족하여 매출이 감소하게 된다. 사업손익은 마진(이윤 폭) 보다도 자금이 얼마나 빨리 회전하느냐에 좌우되기 때문에 적정재고는 사업의 성패와 직결된다.
장사를 하려면 꼭 잘 팔리는 품목이나 새 물건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덜 팔리거나 빨리 팔리지 않아도 고객이 찾을 만한 이런 저런 상품을 다양하게 가지고 구색을 갖춰 놓아야 한다. 재고라고 모두 팔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제값을 받을 수 없고 철 지난 재고가 원치 않아도 점점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본전 생각에 버리지는 못하고 결국 계륵 신세가 된채 진열대 어느 구석에 쌓이게 된다.
이런 천덕꾸러기 재고는 새 상품이 들어 설 자리를 차지해서 진열에 지장을 주게되고 자연 매출에도 영향을 주어 오히려 손실을 초래하게 만든다. 백화점이나 마켓에서 자주 세일을 하는 것도 이처럼 골치 덩어리 재고를 없애려는데 목적이 있다.
재고정리는 비단 사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 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이다. 한인사회에 있는 단체나 기관이 동창회와 교회, 사찰을 빼고도 수백을 헤아리고 있는데 정관은커녕 무슨 사업을 하는지, 설립목적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회장 혼자 있거나 임원 몇몇만 있는 유명무실한 단체가 부지기수이다.
양식 있는 사람들은 이런 단체들은 차라리 없는 것이 한인타운을 명랑하고 건강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조직과 회원을 제대로 갖춘 일부 비영리단체에서 조차 청산대상이거나 자격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번갈아 가며 감투를 독차지, 사당화 함으로써 그 단체의 개혁과 발전에 큰 장애물이 되고있는 실정이다.
마치 상품가치도 없고 유효기간이 지난 재고가 새로운 사업전개에 병목현상을 일으켜 사업체를 망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많은 한인단체가 동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오히려 백안시 당하고 있는 근본적인 까닭은 바로 그런 추한 모습 때문이 아닐까.
골치 앓던 재고는 사업체를 팔 때 정리된다. 바이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떠맡을 수밖에 없지만 셀러는 적체되어 있던 재고를 깨끗이 처분할 수 있는 호기로 삼는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단체장이든 자질이 부족한 사람은 선거일에 투표권을 행사하여 바꾸도록 해야 한다. 지금 온 세상은 눈부시게 변하고 있으며 한인사회도 성년기에 접어들었다.
언제까지나 구태의연하고 전근대적인 행태를 답습한다면 결국 낙후될 수밖에 없다. 이제 한인동포도 한인단체도 변해야 한다.
조만연/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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