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문학박사>
한나라당 관계자 : 이건 총선을 앞두고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대통령의 정략입니다. 탄핵을 기다리며 버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손석희 아나운서 : 알면서 왜 하셨습니까?
지난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한국의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나라당 관계자와 손석희 아나운서의 대담이다. 아직 탄핵안을 발의하기 전인 4월 5일에도 민주당의 유용태 총무 또한 손석희 아나운서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민주당 유용태 총무 : 대통령이 탄핵의 덫을 놓고 기다리는 게 아니냐는 분들도 있다.
손석희 아나운서 : 그러면 그렇게 안 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보다 더한 코미디가 없다고 그냥 웃어넘기기엔 너무나 씁쓸하다. 노대통령이 일부러 정략을 꾸민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여론의 추이를 보면 탄핵의결의 결과는 야당 관계자들의 말대로 노대통령의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손석희 아나운서의 반문처럼, 노대통령의 실제 의도가 어쨌건 결과를 예상하고 알면서 어째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탄핵을 발의하고 의결을 했는가? 참으로 알 수 없다. 한국의 어느 정신과 의사의 말처럼 국회의원들은 일종의 정신병자들인가? 아니면 공자의 말처럼 정치인들은 셈할 것도 없는 좁은 소견머리를 가진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어떤 사람들은 한국 정치이야기는 듣기도 싫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랴, 관심이 있든 없든, 듣기 싫든 좋든 한국정치는 본국의 국민들은 물론 바다 건너 미주 한인들의 일상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는 단순히 정치인들의 정치행위만이 아니라 외교와 국방, 경제와 교육, 사회 복지 등, 온 국민의 일상 생활의 모든 것을 규제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랬는가, 공자(孔子)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할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정치에 대해서는 무수한 말은 남겼다. 『논어(論語)』「爲政」편에서, 어떤 사람이 선생님께서는 어째서 정치를 하지 않으십니까?하고 묻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서경에 ‘효도하라, 효도야말로 형제를 우애롭게 하고, 정치를 하는데 베풀게 한다(孝乎惟孝, 友于兄弟, 施於有政)’하였소. 이것 또한 정치를 하는 것이니, 어찌 그렇게 하는 것만 정치겠소?
공자는 정치란 바로 잡는 것(政者正也)이며, 자기를 닦아서 남을 편하게 하는 것(修己以安人)이라 했다. 「자로(子路)」 편에서는, 진실로 그 자신을 바르게 한다면 정치를 하는데 무엇이 더 할게 무엇이 있겠느냐? 자신을 바르게 할 수 없으면 어찌 남을 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苟正其身矣, 於從政乎何有 不能正其身, 如正人何)라고 했다.
『대학(大學)』에서 말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도 같은 말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닦는 것이 곧 정치다. 공자는 또 제나라 경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하는 것(君君臣臣父父子子)이라고 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할 일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소견머리 좁은 소인배 짓을 하던, 정신병자처럼 저질 코미디를 하던 너무 개탄하지 말자. 우리 국민들은 국민답게 처신하면 그것이 정치를 잘하는 것이다. 탄핵의결 후 보름이 지났지만 걱정하던 혼란과 위기상황은 초래되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과 한국사회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증거다. 이제 보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또 다시 저질 정신병자들을 대표로 선출하는 하지 않을 때, 한국 유권자들은 정치인들보다 더욱 성숙한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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