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덕<주부>
9살 딸이 자신의 존재 이유라고 쓴 사람을 보면서 언젠가는 그런 아빠의 사랑이 부담이 되어 힘들어 할 딸과, 머지 않아 자기만의 세계로 떠나는 딸을 보내며 존재의 이유를 다시 설정하고 싶어할 아빠의 마음을 읽는 듯 했다. 한편으로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내 삶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묻노라니 어디에선가 읽었던 사슴 좇는 사냥꾼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열심히 사슴을 좇던 사냥꾼이 느닷없이 튀어 나온 여우를 보자 그만 그 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사슴 좆기를 그만 두고 여우를 좇았다. 한참을 가던 사냥꾼은 토끼를 만나게 되었고 지친 그는 여우 좇기를 그만 두고 쉬운 토끼를 택했다. 그러나 토끼를 좇던 사냥꾼은 얼마 안가서 세상으로 가는 쥐를 만나게 쥐를 좇게 되었는데 그만 쥐가 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멍하니 서서 쥐 구멍을 바라보던 사냥꾼은 그제야 자기의 처지를 깨닫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는 이야기이다.
하나님의 예정 안에 태어난 나는 분명히 존귀한 인생으로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며 살도록 지음 받았는데 때때로 눈 앞에 보이는 것들에게 마음을 빼앗겨 정녕 좇아야 할 사슴을 놓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였다. 여우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털에 현혹 되어 추구하던 가치들이 변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사슴 좇는 일이 부담이 된 나는 어느 사이에 쥐를 좇고 있었다.
워낙 안달 맞은 성격인 나는 미국 생활 몇 년 만에 모든 생각들이 나쁜 쪽으로만 극에 달해 성격 조차 어둡게 변해 갔다. 영어를 못 한다는 열등감 때문에 전화 벨 울리는 소리에도 가슴이 덜컹하며 온 종일 일해도 어수선한 집안은 한심한 나의 살림 솜씨를 비웃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하긴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할 지 용기도 안 나고, 곶감 빼 먹듯 빼 먹은 은행 통장이 나날이 가벼워지는 불안정한 일상이 계속 되자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더니 급기야 대인 기피증까지 생겨 사람들과 마주 치기 싫어 바깥에 나가기 조차를 싫어했었다.
그러던 중 사고의 크기로 보아서는 하나님 곁에 있어야 할 우리 가족이 당했던 교통 사고가 내 마음을 완전히 돌려 놓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차에 있던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앰블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가면서 언젠가 그렇게 떠날 세상을 온통 앞날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속을 태우며 안달을 하고 산 날들이 후회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도 다 못 쓰고 가는 것을 보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때문에 사슴 대신 쥐를 쫓아가고 결국에는 쥐 구멍 앞에 까지 가서 서 있는 부끄러운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비록 쥐구멍 앞에서 깨달은 일이지만 내가 좇아야 하는 것은 쥐가 아니라 사슴이며 좀 더 높고 가치 있는 일에 뜻을 두고 선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나는 사슴을 좇는 사냥꾼이다. 정녕 내가 좇아야 할 사슴을 이제 다시는 놓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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