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명<엔지니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중략)’ 미국 태생 영국의 시인인 T.S. Eliot 은 그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이와 같이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고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 기억 속에 박혀 4월 하면 떠오르는 화두가 되었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교민들에게 또한 4월은 세금보고 마감 날이 있는 날이기에, 어쩌면 이 싯귀가 더 가슴에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유치원을 다니는 막내아이의 생일이 4월 15일인데, 어찌 알았는지 한번은 외국인이 네 생일이 언제냐 물으니 ‘Tax Day’라고 말하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어린것이 무엇을 안다고 그러는 지 그만 어이가 없었다. 설마 벌써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서인지 4월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가며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한다. 바로 만우절인 있는 것이다. 만우절인줄 미처 모르고 있다가 거짓말에 깜빡 속고 분통해 하기도 하지만 이날만은 속인 자와 속은 자가 같이 웃어주며 이해하며 너무 딱딱하게만 지나온 우리의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해주어 4월은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한 달을 시작하게 한다.
누군가가 가장 힘들어하는 그 순간이 바로 가장 사랑을 필요로 하는 때이기에 4월에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사랑을 나눌 수 있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우연히 길을 가다가 본 어느 교회 건물 입구에 쓰여있는 문구는 아직도 내 가슴에 생생히 남아있다. ‘Never give up.’ 그렇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우리가 가장 힘든 상황에 있을 때, 가장 낮은 위치에 있을 때, 가장 헐벗은 몸으로 있을 때, 가장 외롭게 느껴질 때, 그 때가 가장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고, 가장 깨끗한 영혼을 가질 수 있기에 결코 자신을 버리지 말고 힘과 용기를 갖고 다시 일어서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울 수 있다.
말 못하는 나무와 꽃들에게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물을 주며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정의 울타리와 사회의 울타리, 나라와 민족의 울타리, 나아가 세계 인류의 울타리, 온 우주의 울타리까지 나의 숨결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작은 사랑의 손길을 드리워보자. 42.195km 대장정의 마라톤을 달리는 선수들에게 갈증을 씻어주는 물 한 컵이 그렇게 소중하듯이 내 마음 속의 작은 옹달샘에서 물 한 방울 건져 올려 갈증에 목 타는 이웃에게 건네어주자.
추운 겨울을 딛고 새싹을 돋우며 새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고 화려하게 꽃피우는 3월의 봄으로 시작하여 가을날 풍성한 결실의 때에 이르는 동안, 폭염의 한여름 햇살 같은 시련에 고개 숙일 그들을 위해 이 4월부터 서서히 오뉴월의 녹음을 만들어 가자. 잔인한 4월을 툭툭 털고 일어나서 사랑이 넘치는 4월이 되도록 만들어보자.
어느 밤 문득 잠깨어 일어나 앉아 거울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이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도록 ‘나’를 먼저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계절의 마지막에 돌아본 나의 4월 일기장이 결코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행복과 사랑의 충만함으로 느껴지는 그런 날들이 되도록 살아보자.
‘Never give up.’ 포기하기엔 4월 햇살이 너무 아름답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