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십 통씩 날아드는 스팸메일은 상쾌한 아침을 짜증으로 시작하게 한다. ‘우편함에 모르는 사람한테서 온 우편물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려라. 그 우편물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네들이 필요해서 보낸 것들이기 때문이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말대로 열지 않고 지우려해도, 내 의사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별도의 창까지 동원해 열리는 낯뜨거운 메일은 어쩔 수가 없다. 한 동안은 선영이가 아침마다 괴롭히더니 최근에는 성만 다른 내 이름이 나를 괴롭힌다.
참다못해 아주 오랜 시간 공들여 ‘보낸 사람을 기준으로 차단’을 했고, 다음날 기쁜 마음으로 전자우편함을 열었다. 그런데 웬걸. 보내는 사람의 이메일 주소가 매번 바뀌어 별 효과가 없었다. 정말 지능적이다. 이래서 또 몇 달. 아침마다 ‘다다닥’ 키보드를 때리다시피 받은 메일을 삭제해가며 분풀이를 해야했다. 간혹 스팸메일에 섞여 반가운 메일이 희생되는 불상사도 생겼지만, ‘급하면 또 보내겠지’ 생각하며 신나게 지우는 작업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긴급 메일을 읽지도 않고 삭제해 버린 사고가 발생했다. 항의전화를 걸어온 이에게 ‘스팸메일 때문’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자 펀치를 날린다. 무방비 상태로 스팸메일을 고스란히 받고 씩씩대며 죄 없는 키보드만 때리지 말고 ‘단어를 이용한 필터링’도 해보고 또 다른 방안을 찾아보라고. 어쨌든 두 장치로 인해 스팸메일이 조금은 줄었지만, 아직도 난 편지함 가득 날아드는 스팸메일과 싸우고 있다. 그래도 30% 가량의 스팸메일은 곧바로 지운 편지함에 들어가니, 이게 어딘가.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어리석음은 보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해놓은 일에는 쉽게 만족하지 않고 불평하면서도 자기 안의 어리석음을 없애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지난달 나눔 선교회 부모 인터뷰 기사를 쓰고 나서 많은 전화를 받았다. 이제야 자식 때문에 속끓이는 상황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는 전화도 있었고, 이게 사실이냐고 따져드는 전화도 있었다. 글쎄, 청소년의 마약실태가 사실인지 아닌지, 나눔이 과연 믿을만한 단체인지는 직접 가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나눔은 건물 구입이 다급한 시점이지만, 이날 용기 있게 나서준 나눔의 부모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건 한가지가 더 있다. 부모들의 기도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것이다. 경험해 보지 않고는 모르는 마약이 무엇인지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다. 나눔 기도모임은 매주 화요일 저녁에 있고, 토요일에는 세미나가 실시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하 은 선<특집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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