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강정인 교수 세미나
한국인 70%가 “나는 진보”라 응답
건강한 보수가 태동해야 할 시기
한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는 ‘보수’는 구세대라는 말과 통한다. 한국은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구현한지 이제 만 10여 년이 넘었다. 10년이라는 기간동안 진보세력들은 과거 청산과 함께 보수타도에 앞장섰으며 보수계층은 중산층을 지지기반으로 하여 경제 및 정국의 안정을 모색해왔다.
현재 한국정치학계에서는 보수와 진보라는 각기 다른 화살표를 갖고 전진하는 정치권의 큰 두 줄기에 대해 많은 연구와 논문발표가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서구 보수주의를 넘어서’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 ‘보수’를 이슈화시킨 서강대 정외과 강정인 교수(현 U.C.데이비스 교환교수)가 스탠포드 대학 아태연구소(소장 신기욱)의 초청으로 지난 9일 오후 12시부터 이 대학 엔시나 홀에서 한국학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 보수주의의 딜레마’란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강 교수는 국내 정치학 연구가 서구정치사상에 편향된 현실을 비판했으며 한국의 민주주의와 보수주의를 비정상적인 것이라든지 부족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서구 중심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한국에서의 보수주의의 개념을 기질적, 정치적, 철학적 보수주의로 분류하고 현재 한국의 보수주의가 지닌 문제점 및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강 교수는 한국의 보수주의는 몇 가지 역사적 문화적 이유로 지금과 같은 형태를 띠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우선 역사적인 관점이다. 조선말기 신문물을 받아들인 개화세력들이 흥선 대원군의 수구주의에 맞서 기울어져가는 나라를 개화를 통해 개혁하려 했다. 그러나 이때 싹이 튼 한국의 진보는 일제시대를 맞이하면서 철퇴를 맞는다. 그리고 1945년 8월 미국과 연합군에 의해 광복을 맞이하면서 일제시대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했다. 학생의 민주화 운동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고 민주적인 내각중심제로의 변신을 꾀하나 곧 군부에 의해 점령당하고 만다. 이후 30여년이 넘게 한국은 민주주의와 ‘새마을 운동’에 의한 경제발전을 맞바꾸었다. 강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특수한 정치사 때문에 보수 세력이 강력한 권위정부로부터의 보호를 받으며 정치철학 없이 오랜 세월을 지내왔다는 것이다. 정부의 권위에 어느 누구도 도전하지 못해 자연히 보수 세력도 그들이 마땅히 지녔어야 할 기초적인 사상과 철학을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강 교수는 한국의 근대화 과정이 보수 세력의 철학부재에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집권 세력은 반공을 국시로 하여 국가안보를 정국운영의 최우선순위로 두었다. 따라서 국가안보에 위배되는 일체의 언론과 집회 등의 행위는 통제되었으며 국가의 정보기관으로부터 감시를 받았다. 따라서 진보는 군부의 강력한 정치공세와 언론조작으로 인해 국가의 안정에 위협을 주는 존재로 탄압을 받기도 했었다.
강 교수는 현재 진정한 보수 세력을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과 영국 밖에 없다고 한다. 유럽의 독일이나 프랑스 역시 프랑스 대혁명이나 제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후 보수 세력이 정치철학을 가질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강 교수는 “한국에서는 해방된 이후 수많은 학자들이 미국과 영국 등 서구에서 공부를 하여 한국의 현실과 괴리감 있는 서구의 정치 및 사회사상과 이론들을 한국에 억지로 꿰어 맞추려 했다”며 한국의 보수주의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영국에서 근대화와 자본주의의 발전을 기독교문화가 이룩한 것 같이 한국의 역사 및 전통에 뿌리를 둔 정치철학이 필요하며 동양의 유교 사상에서 그 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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