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취재를 위해 한국에 2주간 체류하면서 여러 감정이 엇갈렸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의 미주동포사회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좋은 예는 미주동포사회에 대한 명칭이었다. 이들은 우리를 LA교민(僑民)사회라고 불렀다. 옥편을 뒤져 뜻을 찾아보면 교민은 식민지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표현하는 단어였다. 적당한 표현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었다.
대화를 나눈 이들은 계속 ‘본국 정치’라고 했다. 검도를 하다 보면 본국검법이란 것을 배울 때가 있다. 신라 화랑들이 수련하던 검법이 기초된 것인데, 여기서 본국은 신라를 뜻한다. 그래서 한나라당 당국자들은 역시 신라에 관심이 많다고 이해했다. “본국이 어디냐”는 질문에 대해 한 당국자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이 말하는 본국은 한국이라고 대답했다.
일제 당시 조선총독부에서 일본정부에 보낸 문서를 보면 조선총독은 일본을 본국이라고 명시했었다. 우리도 무심코 사용하고 있지만 본국이란 단어도 그리 적절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당의 대표는 “멀리서 한국 정치에 큰 관심을 보이는 미주 동포들에게 인사 말씀을 부탁드린다”는 요청에 “글세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는 식의 다소 무성의한 대답을 했다.
당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선거전을 휴식도 없이 치르는 심정과, 대답을 들으려고 무리하게 밀어 부친 결례도 있었지만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 바쁜 대표를 워싱턴 포스트는 단독 인터뷰하고 있었다.
LA와 인연이 있는 또 다른 당 대표도 별 차가 없었다. 미주 한인들의 한국정치 관심을 귀찮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들 거대 정당 정치인들로부터 받은 인상은 이번에 괄목할 만한 약진을 한 당의 대표를 만나면서 다소 풀린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취재를 하면서 한국 정치상황에 흥분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자꾸 떠올랐다. 그것은 차별과 보이지 않는 억압에 고통받는 한인 젊은이들이 조국에 대한 짝사랑과 같은 열정의 표현들이었다.
짧은 시간 제한된 숫자의 정치인들과의 개인적 경험이 정치인들, 사회 지도층이 미주동포사회에 가진 정서 전체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LA에 와서 입에 발린 동포 찬사를 늘어 놓으면 믿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경 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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