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선 <본보편집위원>
나체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라크인 포로 목에 개줄처럼 줄을 묵고 끌고 가는 병사. 포로들을 발가벗겨 피라미드를 쌓게한 뒤 웃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병사들. 포로의 성기를 향해 총을 쏘는 포즈를 취한 앳된 여군.
미국 언론들이 최근 폭로한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은 분명 충격적이다. 인간성이 저렇게 까지 황폐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자연히 세계인들의 분노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고압적이던 부시대통령 마저 아무리 너그러운 영혼이라도 이렇게 취급될 수는 없다며 미국의 명예와 평판에 흠을 남겼다고 사과했다.
부시의 사과는 적절했다. 그러나 그 사과를 듣는 사람들의 심사는 불편했다. 이라크 포로에 대한 학대가 정당하다는 뜻이 아니다.
전쟁이란 인간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극한 상황에서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고매하고 인격적인 전쟁은 없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든 안해야 하는 것이 전쟁이다.
애시당초 그런 것이 전쟁인데 그것을 모르고 시작했느냐는 부아가 치미는 것은 그 때문이다. 포로들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인권을 유린한 미군병사들의 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삭막한 전쟁터에서 무수히 죽어간 병사들과 민간인들의 인권이다. 그들이 무더기로 죽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포로학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인가.
포로들은 그래도 살아있다. 그러나 죽은 사람들은 무엇인가. 죽은 후에 훈장이니 명예가 본인들에게 무슨 소용인가. 사과를 한다면 죽은 사람에 대한 사과를 먼저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인생이 살아있는 사람위주라지만 그건 공평치 못하다. 사람들이 전쟁에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전쟁을 기획하고 명령하는 정치지도자들은 의례껏 그 명분을 국익에서 찾는다. 이라크 공격의 명분도 미국의 국익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얻은 국익은 무엇인가. 미국은 이라크내에서 어떤 핵무기와 화학무기도 찾지 못했다. 9.11테러에 연관된 증거나 빈 라덴을 지원한 흔적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포로학대는 앞으로 상당기간 아랍사람들의 상처난 자존심을 치유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의 환상이 이제 악몽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전쟁을 했는가. 미국이 전쟁을 통해 얻은 국익은 무었인가. 많은 미국인들이 이라크 전쟁에 회의를 갖고 있다.
그 민의의 다른 표현이 언론의 포로학대 보도다. 미국인들은 이제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국익과 정치세력의 이익을 구분할 수 있게된 것 같다. 그리고 진정한 미국의 국익은 진실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정부가 말하는 국익을 위해 덮을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위해 공개할 것인가. 미국언론들은 이번 포로학대 보도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도에 따른 국익의 데미지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선택했다. 작은 국익을 버리고 큰 국익을 택한 것이다.
그것이 미국의 장점이고, 그래서 미국은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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