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월스님(백운선방)
어릴 때 태극기를 그리면서 망상하던 생각이 난다. 태극기의 중앙에 있는 빨간 색과 파란 색의 의미를 몰라서 한 때는 빨간 색은 북한, 파란 색은 남한을 표시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던 어리석은 시절이 있었다. 미국에서 자라는 우리 새싹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선종(禪宗)의 6조 혜능 대사의 수행기록인「육조단경(六祖壇經)」에는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인가, 바람이 움직이는 것인가, 마음이 움직이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나온다. 답은 말할 것도 없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삼계유심(三界唯心)이라고 한다. 삼계는 욕계, 색계, 무색계를 말하는데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도 내 마음이 움직여서 받아들이는 인식을 통해 비로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만사는 누구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존재하고 인식함으로서 생기는 것이므로, 그 실은 누구 탓이 아니라 모두 다 자기 탓인 것이다.
태극기의 가운데 있는 두 색은 음양(陰陽)을 나타낸다. 음은 차며 아래(下)이고 여성적이며 수동적이고 어두움을 상징한다. 양은 따듯하고 위(上)이며 남성적이며 능동적이고 밝은 면을 상징하는 우주의 생성 원리이다. 음양의 균형과 하나됨을 통하여 우주는 생성과 유지와 소멸을 거듭하는 것이다.
태극기의 네 귀퉁이에 있는 4괘는 하늘(天)과 땅(地)과 물(水)과 불(火)을 상징한다. 이것은 가운데 음양의 이치로 하늘과 땅 사이에서 물과 불의 조화로 존재하는 우주만물의 원리를 나타낸다. 원래는 8괘로서 산과 못, 바람과 천둥이 더 있지만 생략된 것이다.
이렇게 태극기는 동양의 음양 사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음양의 이치는 균형과 조화를 중시한다. 균형이 깨어지면 우주는 생성할 수 없게 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우주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인간도 만물가운데 하나로 하늘과 땅 사이에 물과 불의 기운으로 음양의 이치로 존재하는 한 종에 불과한 것이다. 무지한 인간의 탐욕이 우주의 균형과 조화를 인위적으로 깨트리는 바람에 광우병, 조류독감, 지진, 홍수 등 재앙을 자초하여 만물이 병들고 죽어가고 있다.
사각의 획일적인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아스팔트 바닥을 밟으면서 성장하는 우리의 새싹들을 볼 때, 무슨 꿈을 꾸며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지 걱정이 된다. 비가 오면 장화를 신고, 꽃밭에서 봉숭아를 따서 손톱에 물들이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인간도 자연과 균형과 조화가 깨어지면 마음이 황폐하게 되고 꿈을 잃게 되어 사는 낙이 없게 된다.
땅은 만물(萬物)을 실어주면서도 요구하는 것이 없다.
하늘은 만물을 받아들이면서도 불평하지 않는다. 물이 있어 만물은 생성되고 존재하게 되며 따뜻한 기운인 불이 있어 만물은 성숙하고 결실을 얻게 된다. 하늘과 땅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물과 불도 서로 마주 보고 있
다. 음양이 서로 합쳐 하나가 되어 있다. 태양이 뜨면 달은 빛을 잃지만, 낮에 태양 빛을 받은 만물은 저녁에 달빛이 있어야 온전히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음양의 균형과 조화는 요즘 한국인 사이에 유행하는 이혼 문제에도 참고가 되어야 한다. 유교의 지나친 가부장(家父長)적인 태도나 현대여성들의 지나친 향락(享樂)적인 태도는 우주의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다. 햇볕과 달빛의 균형과 조화 속에서 우주 만물은 온전히 성숙하고 행복하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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