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비극
“…박찬호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재기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그의 자부심과 그에 대한 한국팬들의 기대가 용납하지 않는다. 그의 피눈물나는 노력에는 영웅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물론 레인저스팬들은 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눈에는 지나치게 돈을 많이 받는 선수가 그에 걸 맞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사실만이 보일 뿐이다.”
<달라스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의 칼럼니스트 T. R. 설리반>
“19일 알링턴 아메리퀘스트필드(볼팍의 새 이름)에서 레인저스의 최고연봉선수인 박찬호가 캔사스시티 로열스를 상대로 등판한다. 2만 내지 3만여 팬들이 경기를 지켜보겠지만 이 등판이 (박찬호에게) 주는 의미와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들은 박찬호가 잘하면 형식적으로 박수를 칠 것이고 못하면 야유를 보내겠지만 그런 야유가 박찬호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달라스 지역의 유력지인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의 칼럼니스트 T. R. 설리반이 16일자 칼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금까지 박찬호에 대한 미 언론의 기사와 칼럼은 대부분 겉으로 나타난 박찬호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피상적으로 그를 조명한 것이었으나 이 칼럼은 보기 드물게 ‘코리아’라는 거대하고 한결같은 팬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에 눌려있는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언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설리반 기자는 많은 동정적인 요소에도 불구, 박찬호를 둘러싼 현실은 냉혹하며 칭찬해줄 만한 (재기)노력에도 불구, 박찬호의 레인저스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으로 화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음은 주요내용.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김선우 등 많은 선수들이 박찬호에 이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나 그들 누구도 한국 팬들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는 위치에서 박찬호와 비교될 순 없다. 이를 이해하는 (미국)팬들은 거의 없지만 벅 쇼월터 감독은 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초대감독시절 좋은 선수를 찾으려고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박찬호가 한국인들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것.
박찬호는 (레인저스 구단주) 탐 힉스에 의해 5년간 6,500만달러를 받는 팀의 넘버 1 스타터로 영입됐지만 지금은 케니 로저스, R. A. 딕키, 라이언 드리스에 이은 제4선발 정도가 고작이다. 또 장기적인 차원에서 볼 때는 (제5선발 또는 구원투수인) 와킨 베노아가 박찬호보다 팀에 더 중요한 존재다. 오죽했으면 레인저스가 박찬호가 이번 주말(21∼23일) 양키스와의 주말 홈 3연전에 등판하지 않도록 로테이션 스케줄을 조정했겠는가.
박찬호가 다시 넘버 1 선발투수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LA 다저스에서 뛴 마지막 해에 허리를 다친 뒤로는 같은 투수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몸값을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괴로워하고 있으며 이를 바꾸기 위해 오프시즌 맹훈련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며 그는 여전히 레인저스 실패의 심벌로 남아있다.
올해는 아니겠지만 더 이상 박찬호에 희망이 없다고 결정된다면 팀은 박찬호의 잔여계약을 감수하더라도 그를 방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기 전까지 박찬호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재기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그의 자부심과 그에 대한 한국팬들의 기대가 용납하지 않는다. 그의 피눈물나는 노력에는 영웅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물론 레인저스팬들은 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눈에는 지나치게 돈을 많이 받는 선수가 그에 걸 맞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사실만이 보일 뿐이다. 박찬호의 레인저스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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