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산호세>
가깝고도 멀다는 나라. 사람이 헤엄쳐서 건너갈 정도로 가까이 붙어있는 나라.(실제로 부산에서 대마도 까지 헤엄쳐 건너간 기록들이 있음).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예부터 많은 문화를 전수해준 나라 일본. 그러나 근대에는 은혜갚는 대신 정복으로 우리네를 오랫동안 괴롭힌 일본이라는 나라.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멀리하기도 힘든 나라. 그들의 근세의 만행을 기억하는 이들은 젊었어야 70대들이니 경험으로 그들을 알고 있는 분들은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
일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몸서리치던 우리민족은 과연 그들에 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어제의 우방이 내일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우방으로 변하는 세상에 우리는 상대방을, 더구나 바로 옆에 있는 일본을 너무도 몰랐다. 일부 학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우리는 일본에 관해 상당한 무지 속에 오늘 날에 이르렀음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팔순을 코앞에 둔 신동준 교수의 [근대일본론]은 일제치하를 경험한 많은 노년의 한국인들 뿐 아니라 나머지 젊은 세대들에게도 방대한 자료와 사실을 제공한다. 새로운 사실뿐만 아니라 전혀 잘못 알고 있던 사실조차 알게 만든 노학자의 역작이다. 그중 주요부분을 살펴보면 정부가 별로 힘이 없었다는 점이다. 추밀원의장, 참모총장,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수상과 맞먹을 정도의 위치에 있었고 겐로(元老), 內大臣 등은 수상을 능가했었다. 군(軍)은 정부의 감독이나 의회의 감시에서 벗어나 완전 독립하여 천황에 직속되어 있었으니 근대의 만행을 가능케 한 악의 근원이 되었다. 그래서 육군대신 앞에서 수상이 눈치를 봐야하는 기이한 제도하에 육군대신이 천황에게 사표를 내면 내각 전체가 무너지는 웃지 못할 일들이 예사로 벌어졌다. 참모총장이나 육군대신은 수상은 거치지도 않고 직접 천황에 상소도 하고 결재를 받을 수 있었으니 수상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고통을 안긴 천황 히로히토는 최장기 재임기간 중 여러모로 기이한 인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그는 젊은날 유럽에서 공부하며 입헌군주제와 전제군주제를 배워와 교묘하게 양쪽을 모두 이용하여 자신의 입지강화와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한다. 정치에는 입헌군주로, 군사에는 전제군주로 군림하며 절묘한 처신으로 일본 국민으로부터 계속 추앙받는 천황으로 인생을 마친다. 태평양전쟁(2차대전)에서도 직접적인 책임이 있으나 도조 히데키 수상 등 아랫사람들을 전범으로 처형시키며 본인은 천황의 자리를 계속 지킨다. 심지어 고노에 수상도 파시즘에 밀려 군부에 추종했다. 그들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1차대전 만주사변 중일전쟁 2차대전을 통해 파란만장한 침략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근대 일본론’은 쇼와 천황에서 히로히토 천황, 고노에 후미마로, 이토 히로부미 등 일본의 근·현대를 주물러온 주역들의 행태를 다루고 있는데 장편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라도 흥미를 느낄 역작이고 일본에 관해 상당한 지식이 있다고 자부하는 지식인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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