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8일 어머니날 신문기사 중에 백년 동갑내기 부부가 소개되었다. 그야말로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오래 산 부부였다. 그 옆에 또 어느 할머니가 함께 나란히 앉아 있는데 백살 된 부부의 딸이란다. 이들 부부는 1920년 11월에 결혼하여 84년이라는 장구한 세월동안 한 지붕 아래서 동고동락하며 슬하에 3남3녀를 두고 있다. 맏딸이 82세이고 둘째 딸이 78세. 그 아래 자녀들이 모두 건강하게 살고 있단다.
나는 이 부부들을 보면서 84년 결혼기념일에는 무슨 이름이 붙여 있을까 생각했다. 결혼기념일에는 각각 이름이 있는데 결혼1주년 기념일을 지혼식이라고 한다. 그날은 부부끼리 서로 종이로 만들어진 선물을 교환하는 거란다. 우리의 사랑이 종이와 같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살면서 영글어가는 부부의 정은 햇수가 가는데 따라 달라지는데, 그 상태를 한 마디로 설명해주는 것이 결혼기념일의 이름들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모님 한 분도 마침 이번 5월8일에 결혼50주년을 맞이하여 금혼 예식을 하셨다. 그 사모님은 남편 목사님과 함께 목회성역 40년이 훨씬 지나 지금은 은퇴목사로 또 중국선교에 매진하시는 원로 목회자 부부이시다. 슬하에 4자녀를 키우시면서 갖은 고생 다하면서도 부부금실이 너무도 좋은 부부이시다.
결혼 생활 50년, 말이 그렇지 요즈음엔 상상도 할 수 없는 햇수가 아닌가. 혼자 장수한다고 금혼식을 할 수는 없다. 또 부부만 오래 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자녀가 있어야 하고 자녀들이 한 사람도 부모보다 먼저 가서는 안 된다고 한다. 아무리 금실이 좋은 부부라도 중간에 남편을 사별하였거나 이혼한 자도 물론 해당되지 않는다. 이혼율이 급증하는 요즈음 다시 새롭게 생각해 보는 결혼 기념일들이다.
금혼식을 맞이하는 부부의 애정은 금과 같이 빛나게 될 것이기에 그때 부부끼리 나눌 수 있는 선물은 금으로 만들어진 보물이라고 한다. 결혼식 때 주고받는 폐물들의 의미는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이 보석처럼 반짝 반짝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미리 주고받는 것이다.
금이나 은, 그리고 금강석이 그토록 사람들을 혹하게 하리만큼 반짝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부부애가 영글어지기 위해서 해야 할 부부들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흔히 부부들을 보면 자신이 깎이기는 싫고 배우자가 먼저 깎이기를 바란다. 다이아몬드는 주인이 깎는 대로 이리 저리 깎여 마침내 반짝반짝 빛이 나게 된다.
남편은 아내에게 양보할 때 또 아내는 남편에게 양보할 때 느낄 수 있는 기쁨. 서로 먼저 속아주고 서로 먼저 바보가 되어 줄 수 있는 힘. 이런 기쁨을 맛보며 바보가 될 수 있는 힘이 넘치는 부부에게서 마침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리는 모습을 찾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황 순 원
(예향선교교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