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부동산 가치 동반 하락
폭발적 수출증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폭등 등 해외 부문의 강력한 인플레 요인으로 거시 지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서민ㆍ중산층을 중심으로 보유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디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 흐름과 동떨어져 내수만 쪼그라드는 이같은 현상은 1, 2차 오일쇼크와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발생하지 않은 초유의 상황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서민ㆍ중산층 가계에 타격이 우려된다.
9일 관련부처와 민간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5월 중순 이후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됐다. 정부의 안정대책에도 불구, 4월까지 상승했던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지난 5월말 이후 6월초까지 0.03% 하락했으며, 신도시 아파트 가격도 0.02% 내렸다.
재건축이 진행되는 서울 잠실주공 아파트도 최근 보름간 호가가 2,500만원 가량 하락했고, 개포주공 단지도 4월에 비해 무려 6,000만원이나 하락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의 아파트 가격 하락 현상은 초기 단계일 뿐”이라며 “하반기에는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 부문에서도 ‘내수 디플레’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과 부유층이 주로 투자한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형주는 최근 1년간 지수(2003년 6월8일 634.09→2004년 6월8일 791.25)가 20.05%나 올랐으나, 자금력이 취약한 서민들이 투자한 소형주 지수(380.46→385.89)는 1.2% 하락했다.
또 생활비 마련을 위해 자산가치 하락을 감내하며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는 사례도 급증,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효력상실ㆍ해약 건수(819만건)가 전년(598만건)에 비해 40%나 늘었다.
지표상으로는 올들어 5월까지 1.1%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는 소비자 물가도 내수 요인만 따지면 디플레 국면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요즘처럼 단기간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8~9달러나 오르면 국내 물가에는 0.7%의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며 “여기에 국제 원자재 가격까지 폭등한 것을 감안하면 내수 부문의 물가 상승압력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것은 ‘외끌이 디플레’가 초유의 현상으로, 효과가 검증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연구위원은 “이미 내수는 확실히 디플레 국면이지만, 대외 부문의 인플레 압력이 워낙 거세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디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하고 통화를 풀어야 하지만, 중국이나 미국이 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것을 감안하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 위원은 “디플레 충격은 부유층보다는 서민과 빈곤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서는 재정 여건의 일시적 악화를 감수하고,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그나마 적절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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