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아! 어찌 이런 참변이... 무사귀환을 바라던 전국민의 하나된 여망에도 불구하고 끝내 김선일씨는 차가운 주검으로 고향 땅을 밟게됐다.
가나무역 직원으로 지난해 이라크 땅을 밟은 김씨에게 뜻밖의 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 17일.
숨진 김씨는 당시 이라크 직원 1명과 함께 트럭을 타고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바그다드에서 200㎞ 가량 떨어진 리브지 캠프를 떠나 팔루자 지역으로 향하던 중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피랍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로부터 사흘이 지난 한국시간 21일 새벽 5시께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방송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라는 무장단체가 보내 온 피랍된 김씨의 화면을 방영하고 난 뒤였다.
한국군이여, 제발 여기서 나가 달라.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당신의 목숨은 소중하다. 하지만 내 목숨 역시 소중하다고 외치던 김씨의 절규는 생생히 이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김씨를 납치한 무장세력은 당시 김씨의 모습을 공개함과 동시에 24시간의 말미를 주면서 한국군의 파병철회를 요구했다. 무장세력은 그렇지 않을 경우 김씨의 머리를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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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피랍사실이 알려진 뒤 정부는 오전 8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 등 긴급 상황에 돌입했고, 무장세력이 요구한 이라크 파병 철회 요구를 거부한 가운데 김씨 구출 작업에 총력전을 전개했다.
정부는 무엇보다 김씨 구출을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각종 채널을 통해 무장세력과 접촉을 시도하는 한편 긴급 협상대표단을 현지로 파견하고 아랍 12개국 주한대사를 초치해 김씨 구출작업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전력투구.
또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김씨 구출대열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장세력이 요구한 24시간 시한이 지난 22일 새벽이 지나도록 김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으면서 초조감은 높아만 갔다.
그러다가 이날 오후에 접어들면서 김씨가 안전하게 생존해 있다는 잇단 소식들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낙관론이 조심스레 일기 시작했다.
또 반기문 외교장관이 직접 알-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김씨의 석방을 호소했고, 아랍 언론들도 서희.제마 부대의 인도적 활약상을 전하면서 석방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했다.
특히 이날 밤 아랍 위성방송인 알-아라비야 방송이 무장세력이 요구시한을 연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여곡절을 겪긴 하겠지만 결국 풀려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던 한국시간 밤 10시20분께. 김씨의 주검이 바그다드에서 팔루자 방향 35㎞ 지점에서 발견되고 말았다는 소식이 미군으로부터 갑자기 날아들었다. 피랍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뒤 41시간만의 일이었다.
김씨의 참수 사실은 이어 23일 새벽 2시가 다 되어갈 무렵 알-자지라 방송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숨막히는 41시간의 피랍 드라마가 비극적인 인질 참수로 막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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