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감리교회 이현호 목사
오래 전, 생화학자인 돌푸 빈더 박사는 재미있는 연구발표를 했다. 무게 150파운드의 인간을 물질로 환산한다면 그 값은 겨우 2달러 98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새장 하나를 겨우 청소할 석회(石灰)와 못 한 개 정도의 철(鐵), 찻잔 하나 정도의 설탕, 세숫비누 다섯 장 분량의 지방, 성냥 몇 갑을 만들 수 있는 양의 인(燐), 기타 몇 가지의 싼 물질이 나오는데, 이것들을 몽땅 약방에서 사면 2달러 98센트면 된다.
모름지기 이 세상에는 자신의 가치가 3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실로 인간의 가치는 인간 육체를 구성하고 있는 화학물질의 가치나 혹은 그 육체가 뿜어내는 물리적 힘의 가치가 아니라 바로 그 육체 안에 깃들어 있는 정신과 이성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지난 가치는 기계적·물리적·화학적인 근원에서가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적인 근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표면적이고 물리적인 차원에서 높이려 하고 있다. 예컨대, 더 큰 집, 더 많은 연봉, 더 높은 지위, 더 멋진 외모, 더 큰 명성 등을 획득하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라고 믿고 그것들을 얻기 위해 윤리와 도덕을 팽개치고 신의와 덕을 멀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오늘날의 위기는 정치적, 경제적, 생태학적 위기 이전에 가치관의 위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3년 전,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LA의 한 한인 마켓에 가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좋은 차는 다 거기에 모여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동행한 이에게 물었다. 미국 내 한인들의 경제 수준이 정말 이렇게 높아요? 그러자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글세, 여기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는 잘 모르겠는걸. 근데 저런 멋진 차를 사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여기 살면서 정말 멋지게 돈을 쓰는 사람은 한번도 못 봤다는 사실이지. 그 날, 내 마음은 참 씁쓸하고 허전했다.
비싼 차를 타고 비싼 보석으로 치장을 한다고 그 사람의 인생 자체가 빛나는 것은 아니다. 비싼 집에서 산다고 그의 인생 자체가 풍요로워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옛 말처럼, 생쥐가 교회에 산다고 해서 성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당나귀가 대학 캠퍼스 안에서 산다고 해서 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인간의 참된 가치는 그 사람이 얼마나 고상한 뜻을 품었으며, 얼마나 겸손하게 그 뜻대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2달러 98센트의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한 존재의 가치는 판가름나는 것이다. 당신의 인격이 당신의 가치를 결정한다. 당신의 도덕지수가 당신의 가치를 결정한다. 당신의 친절한 말 한마디와 따스한 배려가 당신을 값진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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