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호 목사(헌츠빌침례교회)
흙 속에서 썩은 껍질을 뚫고 갓 돋아 나온 고추와 토마토를 안뜰(patio)의 큰 화분에다 심은 지 몇 달이 되었다. 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키가 자란다. 그리고 가지를 치며 싱그러운 잎들을 검푸르게 만들고는 꽃을 피웠다. 그러나 이들은 화려하고 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장미꽃을 부러워하지도 아랑곳하지도 않는 듯하다. 이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존재의 자존심을 가지고 하나는 하얗고 작은 꽃을 피우고 다른 하나는 작은 노랑꽃을 피웠다.
꽃을 피운 지 하루가 지났을까, 이들은 힘없이 시드는 꽃망울 끝에 예쁜 새끼 토마토와 고추를 맺어놓는다. 그리고는 매일 매일 푸르고 통통한 토마토와 고추로 키워나간다. 이제는 이들이 성장을 멈추고는 빨갛게 익어간다. 그리고 그들 존재의 모든 것이 담긴 유전자를 간직한 고유한 종인 씨앗을 만든다.
이들이,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온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나도 이들처럼 알지도 기억도 못하는 상태에서 어머니의 태를 나와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잘 성장하던 나는 어느 날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나 홀로 분리되어 있음을 깨닫고 외로움에 떨었던 때가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내가 흉내낼 사람들을 찾아 닮으려 발버둥을 쳤다. 나 스스로 생존해야하는 것을 의식했는지 아니면 남의 것을 보고 생긴 욕망을 이루려는 시도였는지 구분할 수는 없다.
때로는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닮으려는 상대가 달라지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흉내내다가 그 다음에는 학교 선생님을, 때로는 동네 형들을 닮으려 애를 쓰고, 어느 날 위인전집을 읽고 그들처럼 되려고도 하였다.
이렇게 고유한 존재임을 잊고 살아온 내가 안뜰에서 자라는 토마토와 고추를 보고 나의 고유한 삶을 살기로 작정하였다.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존재의 모양과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흉내내는 삶을 살지 않기로 하였다. 남의 것을 보고 그 가운데 있는 진리를 발견하고 참고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나는 나에게 주어진 나의 독특한 성격과 특기를 모두 종합하여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화를 시킨다. 그리고 나의 고유한 인생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기쁨을 맛보기 시작하였다. 또 나에게 제한적으로 주어진 시간 안에 나에게 주어진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나가야 함도 알았다. 그래서 매일 매일 시간을 잘 기획하며 사는 버릇도 생겼다. 때로는 어려움이 주어지면 나에게 독특하게 있는 것을 총동원하여 나에게 득이 되는 어려움으로 만들어 가는 뿌듯함도 맛본다.
이후부터 내 속에서 나를 묶고 나의 나 됨을 방해하는 것들이 무엇인가도 본다. 그리고 나를 노예 삼고 있는 것들을 이기고 무엇에도 메이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이 가운데 나에게 주어진 환경을 최선의 것으로 선택하여 나의 존재가치를 높이는데는 환희가 있다. 더욱이 이렇게 선택하고 결정함에 점점 새롭게 진리에 눈을 뜨고 그 진리를 나의 삶에 적용시키며 나의 고유한 작품을 만드는데는 하늘의 능력이 임하는 듯하다. 이러는 사이에 진리
와 대화하는 기쁨도 맛본다. 그리고 분리된 외로움에서 나의 근본과 하나됨으로 회귀됨의 신비함을 느낀다. 이뿐 아니라 유일한 나의 존재를 환경과 진리를 조화하여 삶의 열매로 만들어나가는데는 설렘과 가슴이 벅차 오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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