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미 50주년 맞은 유희린.이영희.박옥경 박사
유학으로 미국에 첫 발을 디딘 의사 3명이 나란히 이민 50주년을 맞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희린(76)·이영희(75) 의사 부부와 박옥경(74) 박사가 그 주인공. 이들은 1955년부터 함께 볼티모어 지역에 거주해온 이 지역의 올드타이머이기도 하다.
유박사 부부는 1953년 12월 부산을 출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오하이오 신시네티 데콘스병원에서 1년간 함께 인턴 생활을 한 후 1955년 여성병원(현 GBMC)의 초청으로 볼티모어에 정착했다. 유박사는 산부인과, 이박사는 내과 전공으로 3년간 근무했다.
유박사 부부는 피란생활중이던 1952년 11월 11일 부산 광복동의 한 예식장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서울 수송국민학교 동기생인 이들은 당시로서는 드문 연애결혼을 했다. 신랑은 서울대 의예과, 신부는 숙명여대 가사과 재학중이었다. 선친 유영무씨는 한국은행 총재로 재임하다 한국전쟁중 납북됐다. 이박사의 부친 이승우 변호사는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개업 면허를 취득했으며, 일제침략시대 춘원 이광수와 여성운동가 김마리아를 변론하기도 했다.
이박사는 “1950년대 한인들은 10명 내외였고, 1970년대 이후 이민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의사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동포들을 위해 한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아리랑촌, 에섹스, 던닥, 다운타운, 랜스다운 등지의 개인 집에 일정을 정해놓고 돌며, 무료진료를 했다”고 회고했다. 진료에는 매번 20명 정도가 모였고, 일과 후에 하다보니 대개 새벽 3시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유박사는 “처음에는 언어문제로, 1년 후에 귀가 트이니까 생활고가 겹치고, 특히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 저항력이 떨어져 결핵이 재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수련의 시절 미국인 수련생들은 매주 토요일 존스합킨스대에 강의들으러가면서, 나에게는 계속 수술 조수만 시킬 때 많이 서러웠다”고 회상했다.
성인 및 소아 정신과 전공인 박옥경 박사(74)는 유박사 부부보다 조금 늦은 1954년 7월 1일 서울여자의전(현 고려대의대) 졸업 후 24세의 나이로 부산을 출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미주리주 센트루이스의 크리스챤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고, 유니언 메모리얼 병원에서 2년간 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배편으로 2주 걸려 미국에 왔다는 박박사는 1955년 유박사 부부가 있던 여성병원에서 레지던트로 2년간 함께 근무했다. 1957년 정신과 전문의인 커티스 콜러 박사와 결혼 1남1녀를 뒀다. 1995년 남편과 사별했으며, 현재까지 프랭클린 스퀘어 병원에서 소아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20년간 꾸준히 해온 테니스와 조깅이 아직까지 현역에 머물게 하는 건강 비결이라고.
메릴랜드한인회장을 3번이나 역임한 이박사는 “무료 진료를 비롯 한인회장과 한인봉사센터 설립 등 나름대로 사회참여를 많이 해왔다”면서 “이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평가가 함께 있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박사는 1948년 박박사를 처음 만났으며, 미국생활에서도 평소 몸이 자주 아파 박박사의 신세를 많이 졌다고, 또 1950년대 박박사가 차를 소유, 워싱턴 곳곳을 함께 여행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전했다.
50년을 함께한 이들 3명은 모두 성공회 신자. 이들이 출석하는 메릴랜드 한인성공회는 오는 15일(일) 오후 2시 이들의 이민 50주년을 축하하는 예배와 잔치를 연다.
연락처:(410)243-6121, (443)676-2310
<유지형 지국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