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간 가정폭력 시달려온 한인여성의 고백
“가정폭력, 더 이상 감추지 마세요. 누군가에게 가정에서 당하는 고통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해야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결혼이후 16년간 줄곧 가정폭력에 시달려 온 메릴랜드 거주 한인 여성 A씨(41세)가 ‘자신과 같은 한인 여성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과거’를 19일 공개했다.
16년간에 걸친 가정폭력의 끝은 1급, 2급 두 건의 폭행혐의로 입건된 남편이 메릴랜드 고등법원에서 가정폭력 범죄 최고 형량인 15년 징역과 내달 17일로 예정된 이혼재판.
16년전 유학으로 도미, 남편 B씨를 만난 A씨가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려 온 것은 신혼 직후부터. 의처증을 보이는 남편과의 잦은 말다툼은 곧 손찌검으로 이어졌고 날이 갈수록 폭력은 더욱 심해졌다.
집안에는 성한 전화기가 없을 정도. 그러나 A씨는 결혼 직후 태어난 15세, 10세된 남매의 앞을 막을 수는 없다는 생각과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와 남편에게 맞고 산다는 것이 남 부끄럽고 창피해서 속으로만 삭히고 살았다.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에게 이혼 요구도 해 봤으나 가해자인 남편은 “이혼은 곧 실패한 인생”이라며 “너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이혼만은 못해 준다”며 완강히 반대했다. 분노와 두려움 속에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가정폭력에 오래 시달린 피해자들이 대개 그렇듯 ‘정말 내가 잘못했나보다’라며 남편의 눈치를 보며 맞고 사는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경찰에 구속되기 전인 지난해 2월 말 A씨는 남편에 의해 자택 지하실에서 목 매달려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갖다 온 적이 있었다. 말다툼이 시작되자 남편은 부르는 대로 쓰라며 ‘유서’를 쓰게 한 다음, 지하실로 끌고 가 A씨를 목매달았다. 정신을 잃은 A씨가 기억하는 것은 찬 지하실 바닥에 머리를 부딛혀 피를 흘리는 자신을 부둥켜안고 우는 남편 B씨의 얼굴이었다. 목을 매단 A씨가 버둥거리다 소리가 없자 다급히 끈을 끊었다는 것.
이 일이 있은 후 병원을 찾은 A씨에게 한인의사는 눈치를 챈 듯 “자신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으며 친분이 있는 목사는 상처를 보고 깜짝 놀라 “이렇게까지 한 것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라며 경찰에 신고할 것을 조언했다. A씨도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이들 아빠를 차마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그러나 ‘피가 말라 죽을 것 같은’ 고통의 끝은 문을 잠그고 엄마를 폭행하는 아빠를 보다 못한 큰 아이가 경찰을 부르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남편은 오히려 바람을 피우던 아내가 자살을 기도하다가 그렇게 됐다고 뒤집어 씌웠다.
경찰은 A씨의 목에 난 상처와 지하실에서 발견된 칼, 권총, 1만 1,000달러의 현금, 아이들과 주변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B씨의 범죄가 지극히 악질적이고 계획적이라는 항목으로 기소했다. B씨는 지난달 27일 열린 선고 재판에서 가정폭력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 지난해 보석금을 내고 나와 있던 B씨를 다시 감옥으로 보냈다.
A씨는 워싱턴한인봉사센터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한인 여성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가정폭력의 사슬은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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