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제 나는 이방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외형의 복잡함과 눈부신 발전 때문이 아닙니다. 사고 방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설교 초청을 받아 방문한 어느 교회에서 예배 시간은 오전 9시인데 9시 5분전이 되어도 목양실의 담임 목사님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손님으로 간 강사가 부탁해서 함께 나갔습니다. 그러나 목사님은 또 예배당 입
구에 서서 교인들과 인사를 하다가 9시 10분쯤 되어서야 교회당 뒷자리에 혼자 앉아있는 강사에게 입장하자고 하셨습니다. 9시 예배에 9시 10분이 되어 입장하면서도 목사님이나 교인들이나 아무렇지도 않은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머님 댁에 머무는 동안에 어느 권사님이 전화를 하셔서 저를 꼭 만나보아야겠다면서 찾아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몇 시에 오신다구 해요?라고 물었더니 어머님의 대답은 쪼끔 이따가 오신데였습니다. 어머니 쪼끔 이따가 언제예요? 8시예요, 9시예요? 응, 쪼금 이따가니까 뭐 좀 기다리면 되지 8시에 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어야 되는지 9시에 해야 되는지 잘 몰라 그 더운 날에 8시부터 옷을 입고 기다리기를 1시간 반이 지났지만 ‘쪼끔 이따’는 영 오지를 않았습니다.
9시 반이 되자 저도 더 이상 참지 못해 전화를 드렸습니다. 권사님 지금 오시는 길이에요? 아이구 이제 다 왔어요 다 오셨다는 그 말 한마디에 너무 반가워서 1시간 반 기다리며 불쑥 나빠졌던 기분이 다 녹아져 내리고, 15층까지 올라오시려면 10분이면 되겠구나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오시지를 않았습니다. 별의 별 걱정을 다 하다가 40분이 넘어서자 도저히 참지 못하고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권사님이 하시는 말씀. 호 목사님 이제 다 왔어요. 아파트 입구예요 40분 전에 다 오셨다더니. 그럼 그때는 어디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중에 여쭈어 보았습니다. 아 문화동 들어오는 고개 넘을 때 그랬지, 문화동 왔으
니까 다 온 거지 뭐. 아 덥다 뭐 시원한 것 없어요?
황당했지만 그래 여기는 한국이야. 그것도 연세 드신 분들야라며 웃고 말았습니다. 쪼금 이따 갈게 이제 다 왔어 조금만 기다려하는 70년대의 말과 문화가 그때는 아무 답답함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 말에 짜증이 나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제 한국의 70년대를 떠나 왔구나, 이제는 그 시대와 그 시대 분들에게 나는 정녕 이방인이구나 하는 씁
쓸함을 느꼈습니다.
70년대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정체된 세상과 21세기의 매순간 변하는 세상과의 문화충격 속에서 우리는 가끔 반대 감정 병존을 체험합니다. ‘그때 그 여유가 좋았는데’와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을까’와의 충돌입니다. 충격을 겁내지 맙시다.
글 : 호성기 목사(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삽화 : 오지연(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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