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태권도 80kg 이상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의 문대성(오른쪽) 선수가 시상식에서 은메달리스트 알렉산드로 니콜라이디스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경쟁 대신 우정” 신화의땅 메아리
미국 3연패·중국 2위 부상… 마라톤 관중난입 불상사
202개 국가에서 모여 직전까지 몸을 부딪치며 메달을 놓고 다퉜던 28개 종목, 1만여명의 선수들은 깊은 우정으로 서로를 감싸안았다.
풍선 25만개가 날아오르자 우뚝 솟아있는 성화대가 다시 팔을 굽혀 내렸다. 어린이들이 성화의 불씨를 받아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나눠주었다.
13일 불붙어 29일까지 ‘신화의 땅’ 아테네 평원을 밝혔던 성화는 아이들이 성화봉에 남은 불꽃을 입으로 불어 끄며 역사 속으로 사그라졌다. 올림픽 스테디엄은 한 순간 어둠 속에 잠들었고, 제28회 아테네올림픽은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갔다.
■세계 스포츠계 판도 지각 변동
이번 올림픽은 세계 스포츠계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2008년 차기 올림픽 주최국인 중국이 기존 양강인 미국과 러시아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올림픽 출전 20년만에 금메달 순위 종합 2위에 오른 중국의 성적을 두고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했다”고 표현하며 감격하고 있다. 그러나 육상과 카누 등 열세 종목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냈고 여자 배구와 태권도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해 내용 면에서도 2위로 손색이 없었다.
미국은 외형에서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내용에서는 당황하고 있다. 미국은 메달 102개(금 35, 은38, 동 29)로 종합 1위를 차지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스포츠 강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러나 중국의 급부상 속에 체조 남자개인종합 채점 실수, NBA 선수들이 출전한 남자 농구팀의 부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올림픽의 정치 이용 등에 얼굴을 가렸다.
중국에 밀려 3위로 떨어진 러시아는 “스포츠 강국의 자존심이 무너졌다”며 부진에 괴로워하고 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러시아 올림픽 팀은 시드니부터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에 대해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반성의 목소리를 전했다.
■아시아 강세
중국과 함께 아시아 스포츠 3강인 한국과 일본도 만족스러운 성적을 냈다.
한국은 양궁, 태권도 등 전통 강세 종목을 내세워 종합 9위를 차지하며 탑10 재진입에 성공했다. 4년 전 시드니에서 4개 종목에서 8개 금메달을 땄던 한국은 이번에는 6개 종목에서 9개 금맥을 캐 ‘편식증’을 해소했다.
일본은 종합 5위권으로 도약하자 흥분에 빠졌다. 전략 종목인 유도에서 금메달 8개를 주워담은 데 그치지 않고 수영 경영과 여자 마라톤 등에서 두루 금메달을 건져 질적인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이봉주 부진과 찜찜한 마라톤 우승
이봉주는 아테네올림픽 피날레 이벤트로 열린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15분33초를 기록, 아쉬운 14위에 그쳤다. 이봉주는 하프(21.1975㎞) 구간을 선두에 15초 뒤진 3위로 통과했지만 오르막 구간이 시작된 20㎞ 이후 스피드가 떨어져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마라톤이 사상 초유의 관중 난입 불상사로 빛이 바랬다. 레이스 도중 아일랜드 출신의 종말론 추종자인 코넬리우스 호런(57)이 37㎞ 지점에서 갑자기 주로에 뛰어들어 그때까지 선두를 달리던 반데를레이 리마(브라질)를 밀쳤다.
이후 리마는 막판 스퍼트를 펼치며 뒤쫓아오던 스테파노 발디니(이탈리아)에게 곧바로 38㎞ 지점에서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2시간12분11초로 골인해 3위에 그쳤다.
2시간10분55초로 금메달을 따낸 발디니도 ‘마라톤 평원의 진정한 영웅’으로 박수 받아야 할 시상대에 찜찜한 기분을 갖고 올라서 우승의 의미가 퇴색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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