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훈 목사(아콜라연합감리교회)
행진단 일행 2500여 명은 예루살렘 외곽에서 출발하였다. 네 사람이 한 줄이 되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또 찬송을 조용히 부르기도 하면서 8km(5마일)을 행진했다. 막내둥이 정윤아 양은 버스에 올라타지 않고 끝까지 제 옆으로 씩씩하게 걸어 완주했는데, 오히려 절뚝대는 저를 염려했던 사람들이 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베들레헴 경계선에 이르자 조국의 38선과는
달리 철책이 없고 대신 높은 담이 있었다. 우린 이스라엘 군의 보호를 받으며 베들레헴 입구에 들어서자 팔레스타인 군의 안내를 받았다.
아! 베들레헴 땅에 이르자 그 분위기가 영 달랐다. 건물은 더 낡아 보였고, 굳게 닫친 상점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주민들의 반응은 이스라엘 쪽과는 달랐다. 어른, 어린이, 남녀 모두 창가에서 아니면 길가에서 웃으면서 손을 내밀며 환영하여 주었다. 태극기가 곳곳에 날리고 있었고 물 한 병씩을 나누어주는가 하면 모자도 주었다.
또 두 어린이가 태극기를 흔들며 우리말로 찬양을 크게 불렀는데 이미 이곳에 들어왔던 중고등학생 사역팀으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우리교회 정진아와 이애나양이 참여했던 바로 그 사역이었다. 우린 땀방울과 눈물 방울을 물수건으로 닦아내며 그들의 평화 언어인 ‘살람’을 외쳤다. 가진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빵 한 조각이라도 나눌 수 있는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훈훈한 정을 진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만난 택시 운전사는 우리가 올 들어 두 번째 손님이라고 했다. 분쟁지역에 어느 누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찾아오겠는가. 우리의 방문은, 물론 경제적 측면도 있었겠지만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으면 저처럼 환영을 하나 싶으니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팔레스타인들…..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여러분 가운데 팔레스타인을 테러 집단과 연계하고 계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 그들 모두를 테러집단으로 본 것은 잘못임을 깨달았다. 매스컴의 보도는 편파적일 때가 많아 팔레스타인 단어만 알지 그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전 세계 사람들로 하여금 편견을 갖게 만드는가 보다.
그들 또한 우리처럼 열심히 일해서 가족과 친척이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픈 평범한 하나님의 백성들이다. 그런데, 대대손손 살던 땅을 빼앗긴 사람들, 전쟁 중에 피난 떠났다가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 유대인이 1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검문소를 거칠 때마다 곤욕을 치르고 우회해서 다녀야 하기 때문에 5시간이 걸리는 그런 현실에 처한 팔레스타인들이다.
지척에 있는 예루살렘에 사는 친척을 방문하는 일이 이처럼 고달프다는 그들의 고백을 듣는다. 그러기에, 어린 학생들이 이스라엘 탱크에 돌팔매를 던지고서는 집에 돌아올 때는 학교에서 직접 돌아온 척한단다. 우리 나라도 한 때 그런 적이 있었다. 대모하는 대학생 아들을 둔 부모들이 전전긍긍하던 그 때를. 똑 같다. 자식이 위험한 사태에 처하길 원하는 부모가 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전쟁 중에 태어났다가, 전쟁 가운데 살며, 전쟁으로 죽을지 모른다고 두려움에 떠는 민족. 고향을 어찌 잊겠느냐며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 등 인근 나라로 피난 갔다 돌아오지 못하는 난민들. 포도 맛이 전엔 참 달았는데... 전엔 비록 삶이 단순했지만 행복했었는데하며 가난하지만 자신의 땅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간구하는 민초들...
<이 글은 안명훈 목사와 함정례 목사가 예루살렘 예수대행진에 참여한 후 보내 온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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