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사진관>
이이구 저놈의 뱃살을 어쩌누?
온도계가 극성을 부리며 올라가던 주말, ‘에어컨디션’도 안된 방에서 TV를 켜놓고 골프 중계를 보던 박 선생은 옆에서 퍼질러 앉아 두 다리 쭈욱 뻗고 대야 같은 국 대접에 가득한 물 말은 밥을 손가락으로 찌익 찢은 김치를 반찬삼아 열심히 입 속으로 들이미는 마나님의 삐져 나온 옆구리를 보고는 해서는 안될 소릴 하고 말았다.
’사돈 남말 하시네. 그러는 당신 배는 올림픽 수영 선수 같던 가요? 한마디 나가면 즉석에서 곱빼기 멍군으로 돌아오는 걸 알면서도 그만 입에서 튀어나오고 만 것이다. 내가 뉘 집 여편네처럼 케비아(철갑상어알)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더냐?로 시작해서 나도 최씨네 마누라같이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골프나 치고 집안구석이야 개판이 되던 말던 상관 안 해야 정신이 들겠냐는 둥, 입 한번 잘못 놀린 박 선생의 일진은 아주 묘하게 꼬여가고 말았다.
아 그거 장난으로 한 마디 한걸 가지고 되게 물고 늘어지네 내 몸이 장난대상이라는 말이유? 말이야 솔직히 누구 배가 더 나왔어? 어허 나도 왕년엔 배에 임금 王자 쓰고 다니던 몸이야. 알통 삼삼하게 키우고 여름방학 때 대천 해수욕장을 거닐면 안쳐다보는 여학생이 없었다구 어이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를 천역덕스럽게 잘도 하시네. 밸트가 배꼽 밑에서 모양으로 걸린 배를 가지고 임금 ‘王’자 새겨진 일을 얘기 해 뭣해요? 그만 좀 작작 먹으라는 얘기야 야밤중에 도둑 고양이 모양 냉장고문 몰래 여는 사람이 누군대요? 나야 출출하니 간단한 요기거리 찾는 거고 당신은 퍼지고 앉아 대야를 비우고 있으니 어떻게 신경을 안 쓸수 있겠오?
다른 남정네들 눈길 받기 싫어 그러니 퍼져도 그냥 내 버려 두세요 열녀 났네 열녀났어. 미친년 궁둥이 둘러대듯 둘러대는 덴 도가 텄어 그 멋지던 임금 ‘王’자가 기둥이 부러졌네요 너무나 더워 웃통마저 벗어제치고 TV에 열중하던 박 선생은 고개를 숙여 배를 내려다본다. 분명 임금 ‘王’자가 있던 배에는 기둥이 없어지고 석삼(三)자만 남아 있다. 배꼽 밑으로 한 금, 그리고 배꼽 위로 두 금, 그렇게 선명한 석 삼자가 빙그레 웃고 있다. 그 석삼(三)자 뭔지 아세요? 그게 바로 삼겹살이라고요. 공포의 삼겹살
아― 임금의 신세가 이다지 처량하게 망가질 수가 있단 말인가? 아닌게 아니라 요즘은 앉아서 양말 신기도 약간은 벅찬 듯 싶고 화장실의 체중계가 오래돼서 고장일거라고 굳게 믿던 박 선생이었다. 골프중계는 이미 물건너고 말았다. 마나님과 티격태격하는 동안에 우승권에 누구누구가 들어있는지 스코어들은 어떤지 전혀 가늠이 안 된다.
어떻게 하던 이 말싸움을 잘 운영하여 영예롭게 빠져 나가야할게 급선무다. 어이구 이놈의 날씨하고는 올핸 더위 모르고 지나는 여름인가 했더니 드디어 다리를 무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말 돌리지 말아요. 나도 더위에 열 받았다고요 열 받았으며 냉수로 샤워나 하시지 그래 샤워로 가셔질 열이 아니래두요 하여튼 박 선생은 오늘 코기 꿰어도 단단히 꿰였다. 골프 중계만 끝나면 뒤뜰에서 마나님과 삼겹살 구워가며 소주한잔 하려던 박선생의 계획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기둥 부러진 임금 王자가 삼겹살 삼자라는 소리에 입맛이 싹 달아나고 만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