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기준으로 평가 ‘실제 연비’와 큰 차이
에어컨 작동등 고려 안되고
테스트때 EPA 참여 않고
제조업체 자료 승인도 문제
“비현실적 기준 바꿔야”제기
차를 사고 난 뒤 실제 연비가 차에 부착된 공인 연비와 차이가 많이 나는 걸 보게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현재 자동차 연비 공인기관은 환경보호국(EPA)이다. EPA는 30년 전에 도입된 연비 테스트 장치를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는데, 이것이 현실과 아주 동떨어져 있다.
이 테스트는 ▲아무도 시속 60마일 이상으로 운전하지 않고 ▲에어컨을 켜는 운전자도 전혀 없고 ▲급가속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추운 날씨에 운전하지 않고 ▲1마일 떨어진 편의점에 가기 위해 차를 모는 사람은 없고 ▲엔진 공회전도 없다고 가정한다.
이런 비현실성 때문에 실제 연비와 공인 연비 사이에 약 10%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EPA는 추정한다.
‘문제의식을 가진 과학자 연대’의 리서치 디렉터인 데이빗 프리드먼은 “소비자는 자신들이 사려고 하는 차에 EPA가 부착한 정보가 권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30년된 낡은 기준이 과연 타당한가”라고 물음을 던졌다.
연비 측정에서 또 다른 문제는 EPA가 실제로 참여하지 않는 점이다. EPA가 정한 기준에 맞춰 자동차 회사들이 연비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EPA에 통보한다.
연비를 실제로 측정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연방 규정에는 “테스트 차량에서 실제 데이터를 얻어 제출하는 대신, 자동차 제조업체는 연방 정부가 승인한 분석 계산법에 근거해 연비를 산출해도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EPA는 제조업체가 제출한 데이터의 정확성을 가리기 위해 임의 테스트를 실시하지만, 그 비율도 매년 출고되는 신차의 15%에 불과하다.
EPA는 “공인 연비는 차 구매자에게 조언을 주는 자료로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없다”며 “필요한 것은 연방 정부의 테스트 과정을 고치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의식이 바뀌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EPA는 소비자 불만이 고조됨에 따라 1984년 최고 연비에서 22%를 하향 조정한 이후 20년간 한번도 공인 연비를 바꾸지 않았다.
■EPA 연비 측정방법
고속도로 시속 48마일로 10.26마일 주행
EPA는 기온이 75도인 통제된 상황에서 실제 운전자가 여러 번 테스트를 반복하게 해 연비를 측정한다. 트레드밀(treadmill)과 비슷한 기계에 설치된 차를 모는 운전자는 컴퓨터 스크린에 나타나는 운전 주로를 따라간다.
▲엔진 두 개를 따로 시험
냉각된 엔진에 시동을 거는 것은 밤새 주차됐던 차를 가정한 것. 가열된 엔진에 시동을 거는 것은 주행했다 멈춘 차에 다시 시동을 거는 것을 모의한 것이다. 냉각 엔진이 가열된 엔진보다 기름을 더 많이 쓴다.
▲시내 주행
11.04마일을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평균 시속 21.2마일로 주행하며 최대 시속은 56.7마일이다. 운전 시간은 31분14초가 소요되며 23회 멈춘다. 주행 시간의 18%는 차가 가만히 서있는 상태. 냉각된 엔진에 시동을 건다.
▲고속도로 주행
10.26마일을 12분45초에 주파한다. 시속 48마일로 시골의 2차선을 달린다고 가정한다. 최대 시속은 59.9마일로 가열된 엔진에 시동을 건다. 차는 한번도 멈추지 않는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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