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월스님(뉴욕백운선방)
산사에서 수행하는 한국 스님들은 어김없이 새벽 3시부터 일어나서 참선 수행을 한다. 처음에 입산해서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아서 피곤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힘든 습관도 홀로 하는 것보다 대중적으로 하면 힘들이지 않고 곧 따라할 수 있는데, 그래서 절 집에는 대중이 부처라는 말이 있다.
승가에서는 ‘탁마’(琢磨)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것은 대중적으로 모여 어느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느끼는 나쁜 점을 발견하면 그 사람 앞에서 진의를 확인한 후 그 잘못을 가리는 제도이다. 탁마를 하려면 대중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회의로 진행되며 그것을 ‘대중공사’라고 한다.
새 스님들이 모여 경전을 배우는 강원에 있을 때, 대중공사를 당하여 매우 난감한 적이 있었다. 대중스님의 밥을 짓는 바가지에 개인이 입을 대고 먹으면 안 되는 사소한 규칙인데 실제로 그리 행동하지 않았는데 당시 상급반 스님이 내가 바가지에 입을 대고 먹은 것을 보았다고 하면서 대중공사를 붙이는 것이었다. 변명해 본들 통하지 않고 공연히 시간만 오래
끌 것 같아서 침묵을 지키며 묵비권을 행사하였더니 그러면 시인하는 뜻인 줄 알고 마친다고 하면서 죄를 뒤집어쓰고 대중공사는 끝이 났다.
그 당시 속상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부처님은 무엇하시기에 엉뚱한 사람이 당하게 방치하시는 것일까? 그런데 석 달이 안되어 이변(異變)이 생겼다. 나에게 누명을 씌운 바로 그 스님이 대중공사로 강원을 쫓겨 나는 것이었다. 그 스님이 어른 스님께 거짓으로 고자질하곤 했는데, 그만 스님들에게 발각되어 망어죄(妄語罪)와 대중화합을 깨는 죄로 졸업을 몇 달 앞두고 퇴출 당한 것이었다.
막상 그 스님이 쫓겨가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중생 심에 내 마음이 고통받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 것은 본인도 어찌할 수 없어 자신을 해치고 마는 그야말로 부질없는 불쌍한 중생 심이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처님이 지켜주심을 알 수 있었다.
그 후로는 누가 내게 해쳐도 크게 괴롭지 않았고 잘해 주어도 그리 기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의 중생 심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잘해 주는 인연은 나중에 괴로움이 되고 부담이 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과정을 졸업하고 선방에 다시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선방만 다닌 강원 후배가 있어 여러모로 서툰 점을 가만히 지적해 주었다. 외모나 언행이 점잖아서 인기가 꽤 많은 후배 스님이었는데 대중적으로 한철, 즉 석 달을 묵언(默言)을 하기로 한 스님이었다.
그해 중복이 되어 계곡에서 포행 길에 그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공부가 잘 되었는지, 선방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그 스님 대답이 걸작이었다. 스님, 어느 곳이나 진짜는 많지않아요. 대부분 가짜들이지요. 어느 스님은 자기 절에서 일하기 힘들어서 선방으로 피신해 왔고, 어느 스님은 은사스님과 사이가 안 좋아서 왔고, 어느 스님은 안거 숫자 늘리려는 공명심에서 왔지요. 이번 철에도 제대로 정진(精進)하러 온 숫자는 10%도 안 되지요. 이번 철에는 그래도 열심히 정진하네요. 우리가 사는 사회도 진짜는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가짜, 바로 그 속에 진짜는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때가 이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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