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희 (서예가)
10월이 가을 속으로 자리를 편다. 이러다가 할로윈데이를 꼴딱지나고 추수 감사절이 지나면, 흥분 속에 구름 위에 뜬 것처럼 공중에서 걷다가 크리스마스의 전주곡 같은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리고, 스크루우지의 연극 포스터를 봤다하면 연말을 향해 한 걸음에 내 닫는다. 그리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장을 차려입고 다사 다난했던 묵은 해를 떠나 보내고 어쩌고 저쩌고… 작심삼일이라도 번듯한 각성과 계획으로 시작되는 듯한 다음 해를 맞는다. 번번히 나아질 것을 약속하면서…
그래서 연초에는 사람들의 눈에서 빛이 난다. 누구든지 더 나은 한 해를 꿈꾸고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는 마음가짐으로부터 빛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연말연시에만 시간에 민감한 우리들의 모습을 피상적으로 미리 비추어 그려보았다.
살아 갈수록 시간이 귀하게 느껴지고 신이 생명체에게 내려준 것 중에 시간 만큼 귀한 선물이 없는 것 같다. 모든 선택과 가능성과 기회를 우리들의 손에 쥐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무덤덤히 당연하다고 까지 하면서 사는 하루가 어떤이에게는 목숨걸고 전재산을 모두 털더라도 하루만 더 있기를 소망하는 시간 일 수도 있다.그래서 귀한 것 일수록 값을 정할 수 없고 아무에게나 던져 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생명만큼 이 말에 적합한 것은 없다. 생명은 곧 시간이다. 이 세상에서 육체를 입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에는 삶과 죽음이라는 들어오는 문과 나가는 문이 존재한다.참으로 신기한 일은 새로이 태어난 아기와 죽음이 임박한 사람에게서 얻는 가장 귀한 공통되는 멧세지는 생명의 존귀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마치 삶과 죽음은 돌봐 주기를 원하는 연약함에 의해서 연결이 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흔히 생명이란 하나밖에 없어 귀하고, 질기고 강한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표현이 되고 있지만, 바람 앞에 등불 같이 연약하기에 귀한 것 같다. 그러므로 생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너와 나의 연약함을 사랑한다는 것 아닐까?…
시간도 그냥 흘려 보내면 아무 저항 없이 그냥 흘러가 버릴 수밖에 없는 연약함을 가지고 있음이다. 그리하여 시간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봄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곧 생명이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시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삶을 삶답게하고 죽음을 죽음답게 만들어준다. 연말연시에만 시간에 민감한 사람되지말고 아직 올해도 반의 반이라는 기회가 남아있다. 평범한 날들 속에 귀한 시간을 돌보고 가꾸어 간다면 나도 모르는 새에 삶이 삶답고 죽음이 죽음다운 자리에.내가 도달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이미 도달해 있는 나를 보는 것이다.
시간은 과거로 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한 걸음이 아니라 영원에서 흘러나와 현재를 거쳐 영원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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