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와서 신나고… 비 와서 막히고…
전조등을 밝힌 차량들이 교통체증 때문에 거북이 걸음으로 10번 프리웨이를 빠져나가고 있지만 윌튼 플레이스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은 오는 비가 마냥 즐겁다. <이승관·신효섭 기자>
6개월만의 단비
한인들 ‘모처럼의 낭만’
쌀쌀해져 옷차림 두툼
비를 반가워하는 한인들이 많다.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등하교길 아이들 픽업도 더 신경 쓰이지만 비가 드문 남가주에 사는 한인 중에는 비를 반기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미국생활 20년째인 50대 직장인 김정연씨는 이번 비를 ‘축복’으로 표현한다. 그녀는 “‘가뭄 끝에 단비’라는 표현을 실감하겠다”며 “잎사귀 무성한 가로수에 둘러싸인 촉촉하게 젖은 행콕팍 길이 너무 아름답다”고 즐거워 한다.
폭우주의보가 발령되고 정전 등 비 피해 보도가 이어지지만 6개월만에 내리는 비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진아(30)씨 역시 오랜만에 내리는 비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그녀는 “빗소리를 듣는 게 얼마 만이냐”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몸은 노곤하지만 기분 좋은 나른함”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많은 한인들이 20일 하루 비에 젖은 LA를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꼭 필요한 일 외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점심도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비를 핑계로 없던 저녁 약속을 만드는 이들도 없지 않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타운 내 교통상황은 대체로 양호한 편. 점심시간 전후로 교통 혼잡이 심각한 윌셔와 버몬 등의 타운 내 주요 도로에는 평소보다 오히려 차량이 적었다.
대신 한가한 오후 시간을 이용해 한국 전통차를 마시거나 비에 젖은 그리피스팍을 산책하는 한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전에 공원을 산책하고 오후에 버몬과 7가에 있는 녹차마을을 찾았다는 줄리 박씨는 “평소 같으면 바빠서 그냥 지나칠 텐데 오늘은 그냥 갈 수 없었다”며 주인 이정민씨가 우려낸 짙은 녹차향을 즐겼다.
기온이 10도 가량 내려가면서 옷차림도 두툼해졌다. 옷장에 넣어두었던 긴 소매 스웨터, 가죽 재킷, 폴라 T를 입은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모처럼 바바리 코트나 모자달린 파카를 꺼내 입고 우산을 든 채 메트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LA에서 비는 이래 저래 화제거리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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