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종 기자
한국인은 자기 집을 찾아오는 손님을 박대하지 않고 잘 대접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동네마다 잘 사는 집에는 사랑방이 있었고, 지나는 나그네는 그가 누구인지 굳이 따지지 않고 하룻밤을 묵어갈 수 있도록 대접해 보내는 것이 우리의 인정이었다.
오는 11월 1일, 4년 만에 샌프란시스코를 다시 찾는 본국의 해군순항훈련함대를 위한 동포 환영 리셉션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취소된 것은 부끄러운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난 12일 상항지역한인회를 비롯 평통협의회, 한국학교협의회, 이스트베이노인봉사회, 상항한국노인회와 한미노인회, 북가주한국학교협의회, 해병전우회, 나라사랑어머니회, 몬트레이 한인회 등 여러 단체 대표들이 모여 해군사관생도를 비롯한 810명의 해군장병들을 환영하기 위한 ‘교민 환영위원회’를 결성한 바 있다.
단체들은 1천달러씩 성금을 내 ‘동포 환영 리셉션’을 비롯한 환영행사를 열기로 결정했다. 사흘간 이곳에 머무는 국군장병들을 위한 행사에 약 2만여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위원회는 결정했다. 북가주에서 활동하는 단체가 지역 상공회의소를 포함한다면 20여개가 넘고, 여러 대형교회들의 협조를 얻는다면 이 같은 예산이 그리 큰 액수일 수 없다.
특히 첫날 저녁 500여명의 장병과 500여명의 한인들이 참여하는 환영 리셉션은 우리의 자랑스런 장병들을 일반 한인들이 만나 격려해줄 수 있는 행사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거듭된 호소에도 불구하고 동참하는 단체들이 적어 한인회는 일방적으로 리셉션을 취소하고 말았다.
해군순항훈련함대는 1976년 이곳을 처음 찾은 이래 올해로 8번째 입항하게 된다. 태극기를 매단 우리의 함정에 늠름한 모습으로 도열한 흰색 제복의 사관생도와 장병들을 보면서 이곳 한인들은 두고 온 고국을 생각하며 뜨겁게 손을 흔들었다. 4년 전 입항했을 때도 1천명이 참가한 환영 리셉션 후에는 캘리포니아 명물 오랜지를 한 트럭분이나 배에 실어 돌려보냈다.
이곳 한인사회가 해군장병에게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하지 못하지만 해군측은 함상오찬과 만찬으로 두 차례나 단체장들을 초청한다. 또 총영사가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해군 지휘부와 함께 이곳 단체장들이 초대될 예정이다.
단 1천달러도 협조하지 않아 환영리셉션을 취소하는 주인이 오히려 손님이 여는 식사자리에는 참석할 예정이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가주 인심이 야박하다는 인상을 줄까 걱정된다는 한 독자는 본국의 정치인이 왔을 때 후원금을 들고 모였던 인사들이 일반 장병들이라니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은 누구나 기억한다. 훈련으로 지친 장병에게 촌로(村老)가 건넸던 삶은 옥수수 한 자루가 얼마나 진한 감동을 가져왔던지…. 차가운 북태평양 바닷물을 헤치고 찾아오는 우리의 아들딸을 과연 이렇게 홀대해서 보내야만 하는 것일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