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난데일이 너무 조용하다.
11월20일, 워싱턴한인연합회장 선거가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열기가 지펴지지 않는다.
한인사회의 반응은 시큰둥 하고 각 후보 진영은 뭔가 맥이 빠진 느낌이다.
훼어팩스의 권모씨(49)는“회장선거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지나치게 조용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30년만에 3파전으로 치러지지만 각 후보 진영도 몇몇 참모들만 분주했지 선거철 특유의 팽팽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예년 같으면 시끌벅적했던 상대 후보에 대한 문제 제기나 비방도 사라졌다. 후보자들이 지지자들과 몰려다니며 한표를 호소하는 풍경도 눈에 잘 뜨이질 않는다.
저먼타운의 김모씨(53)는 “선거의 감초인 독기가 없다”며 “열띤 접전이 없으니 재미가 없다”고 말한다.
선거 분위기가 저조되면서 애난데일 식당가에서 선거 특수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한 식당 대표는 “종전에는 선거철이면 하루에 3-4팀의 선거 관련 손님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한팀도 얼굴을 보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그나마 선거철 임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건 한인 식당가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선거 홍보물.
한인사회에서는 조용하기 만한 이번 선거의 원인을 각 후보들의 기본 선거전략과 자금난에서 찾는다.
한 선거 전문가는 “조용한 선거는 세(勢)를 선점하거나 방어전을 치르는 진영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이라며 “김영근 현 회장측이 구상하는 선거구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린다.
여기에다 정상대, 김옥태 후보 진영의 소극적 선거운동 방식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한인회 인사는 “도전자들이 너무 몸을 사리는 것 같다”며 “두 후보측에서 이슈를 개발하고 정책 토론을 유도하는 등 활발한 선거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약하다”고 진단한다.
각 후보들의 선거자금난도 조용한 선거를 재촉하고 있다.
김영근, 신근교 후보가 맞붙은 지난 31대 선거때는 두 후보 진영에서 도합 50만달러 이상을 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김옥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실탄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게 한인사회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 선거전문가는 “올해 선거에서는 세 후보를 통틀어 30만달러대의 자금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판에 돈이 안도니 생기가 돌지 않는 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조용한 선거문화가 정착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로는 과거 선거때면 되풀이되던 인신공격과 근거없는 비방이 현저히 사라졌다는 점이 꼽힌다. 또 편가르기와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면서 앓아야 할 선거 후유증이 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거란, 활력이 넘치는 축제같아야 하는데 너무 지지부진한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한인회장은 “한인사회가 선거란 제도를 통해 맺혀있던 울화를 풀고 활발한 토론과 정책대결을 통해 발전의 촉매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런 순기능마저 약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생산적인 시끄러움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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