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신사’라는 닉네임으로 1990년대 후반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그랜트 힐이 재기에 성공했다.
올랜도 매직은 12일(이하 현지시간) 홈경기장인 TD워터하우스센터에서 열린 LA 레이커스전에서 힐(27득점, 12리바운드, 4어시스트, 4스틸)과 스티브 프란시스(32득점, 9어시스트) 콤비의 맹활약을 앞세워 122-113으로 승리했다.
외형상으로는 이날 자신의 시즌 최다인 41점을 폭발시킨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가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쳤지만 지난 4년간 부상으로 신음해 온 힐이 이날 최고 스타였다.
2000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를 떠나 매직과 장기계약을 맺은 힐은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와 함께 최고의 원투 펀치를 이뤄 팀의 첫 우승을 견인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4년 동안 3차례나 발목 수술을 받으며 고작 47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매직은 이 기간 동안 3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힐이 아예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지난 시즌에는 21승 61패로 NBA 29개 팀 중 승률 최하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올 시즌 오랜만에 발목 통증 없이 코트에 나선 힐은 시즌 개막전인 밀워키 벅스전에서 20점을 올리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 후 지금까지 6경기에 나서 매 경기 두 자리수의 득점을 기록했다. 평균 19득점, 6리바운드, 3.2어시스트의 성적을 올려 과거 ‘트리플더블 제조기’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힐은 통산 29번의 트리플더블을 기록, 입단 동기인 제이슨 키드(50회)에 이어 현역 선수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00년 발목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힐의 농구인생은 쉼표가 없었다.
NFL 스타였던 아버지 캘빈 힐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부족함 없이 자란 힐은 듀크 대학에 재학하던 91년과 92년 연속으로 팀을 NCAA 정상으로 이끌었다. NBA 조기 진출의 유혹을 뿌리치고 4년 동안 듀크를 대학농구 정상으로 이끈 힐은 94년 드래프트에서 글렌 로빈슨(밀워키 벅스)과 제이슨 키드(댈러스 매버릭스)에 이어 전체 3번으로 디트로이트에 지명됐다.
루키 시즌에 19.9득점, 6.4리바운드, 5.0어시스트의 성적을 올려 라이벌 로빈슨을 제치고 키드와 공동으로 신인왕을 수상한 힐은 뛰어난 매너까지 갖춰 6년 동안 마이클 조던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며 리그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99~2000 시즌 힐은 25.8득점(3위), 6.6리바운드(39위), 5.4 어시스트(21위)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그 해 플레이오프에서 불운이 찾아왔다.
마이애미 히트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2경기에 출전했지만 결국 향후 4년 동안 부상 악몽에 시달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샌앤토니오 스퍼스의 간판스타 팀 던컨도 역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발목 부상을 당했지만 구단의 배려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힐의 경우와 큰 대조를 보였다.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골 밑으로 돌진하는 스타일의 농구를 펼쳤던 전성기 때와는 달리 스피드와 점프력이 떨어진 힐은 지난 오프 시즌 동안 매일 200여 개의 외곽슈팅을 집중적으로 던지며 피눈물 나는 훈련을 거듭했다.
돌파력이 좋은 스티브 프란시스가 휴스턴 로케츠에서 옮겨와 예전보다 중거리 슈팅을 던질 기회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19연패의 나락에 빠지며 11월에는 아예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올랜도 매직은 힐의 화려한 부활에 힘입어 4승2패의 성적으로 13일 현재 동부컨퍼런스 사우스이스트디비전에서 4승 2패의 성적으로 마이애미 히트와 나란히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재기에 성공한 힐이 지난 시즌 꼴찌로 추락했던 팀을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 첫 우승까지 이끌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뉴욕=대니얼 최 통신원 <폭탄뉴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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