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싸움 일보 직전
선거를 둘러싼 소란이 점입가경이다. 워싱턴한인연합회장 선거결과는 법정의 문턱을 넘었다. 유권자 등록 누락문제로 시끄럽던 투표장의 혼란이 회장 당선 공포 금지란 가처분신청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선거로 법정까지 간 것은 한인연합회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법적 판결에 앞서 김영근 당선자의 승리의 정당성이 퇴색될 수는 없지만 기실 이번 선거내용은 패자의 불복 명분을 마냥 공박할 합리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수많은 유권자들이 선관위 명부에서 이름을 찾지 못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유권자들의 신성한 권리가 현저히 훼손된 것이다.
그러나 혼탁선거에 책임이 있는 선관위는 입을 다물고 있다. 더군다나 대책회의 한번 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선관위의 무신경이 도를 넘은 것이다. 선관위는 늦었지만 141표차로 석패한 김옥태 후보측에서 가질 수 있는 분노감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편으로 김옥태 후보측은 성급하게 법정으로 달려가 모든 걸 해결하려는 생각을 숙고해야 한다.
한인사회는 김영근-김옥태 두 후보의 전유물은 아니다. 분열의 상처는 어차피 두 후보가 치유할 몫이다. 이제부터라도 두 후보는 화합의 지혜를 짜내는데 시간을 더 소비해야한다.
■어지러운 수도권 MD선거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장 선거는 아예 난장판이다.
선거일자 연기를 놓고 입씨름이더니만 상호 인신공격과 비방은 도를 넘었다. 전직 한인회장-부회장은 서로 상대 진영으로 갈려 원수처럼 으르렁대고 있다.
현 손순희 회장은 자신이 임명한 서갑석 선관위원장을 뚜렷한 이유없이 해임했다. 이영기-김인덕 후보의 대결이 아니라 ‘왕회장들의 대리전’이란 말까지 들려온다.
한인회 선거가 공적인 장소가 아니고 식당에서 열리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김인덕 후보는 아예 선거를 보이콧하겠다고 나섰다.
한마디로 수준 이하다. 한인사회 지도자, 리더를 자처하는 이들의 행태로 보기엔 너무 유치하다.
그럼에도 부끄러움이 없다. 무엇이 룰이고 원칙인지도 모른다. 김모씨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모씨는 “한인사회 리더라는 사람들의 수준이 너무 상식 이하”라며 “아이들이 볼까봐 부끄럽다”고 질타했다.
■룰도 원칙도 없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경쟁의 축제다. 후보들은 정책과 공약으로 자신의 비전을 알리고 상대보다 나은 점을 부각시키며 자질과 리더십을 평가받는 이벤트다.
하지만 워싱턴의 실정은 후진적이다. 후보들은 네거티브 캠페인에만 목숨을 건다. 선거비용도 웬만한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보다 볼륨이 크다.
문제는 이런 혼탁상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선관위가 있지만 불법 선거운동을 규제할 법적 강제력이 없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선거 분란을 중재할 채널의 부재도 심각하다. 분쟁 당사자들을 짐짓 꾸짖고 원만한 길을 제시해야 할 한인사회 원로들은 선거때마다 특정 후보 진영에 줄을 서 스스로의 도덕적, 중립적 권위를 상실했다.
게다가 선거 관련 회칙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다. 이러니 편법에 불법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소위 회칙 갖고 유추, 확대해석을 마음대로 하는 장난질이 횡행하고 있다.
오직 엉성한 회칙 조항과 후보자들의 양식에 맡기는 게 워싱턴 한인사회 선거의 현주소인 것이다.
■회칙 정비 시급
이번 선거는 한인사회에 여러 과제를 던져두었다. 먼저 회칙의 재정비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불합리한 부분은 하루속히 개선해야한다. 말썽의 소지가 있는 조항도 정비해야 한다.
회칙 개정은 소위 ‘회칙 전문가’들의 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검토하고 당연히 법적 조력을 받아야한다.
회칙을 재정비하는 것과 함께 한인사회 리더들의 낡은 생각도 변해야한다. 지도자가 되려면 우선 미국에 살면서 민주주의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이민 햇수만 내세울 게 아니라 정당한 경쟁이 무엇인지부터 배워야 한다.
유권자들은 정보통신(IT) 사회의 일원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이들만 세상 바뀐 줄도 모르고 옛날 생각만 하고 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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