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NCM 코디네이터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이구요. 부드러운 말 한 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라는 구절이 있다.
살아가면서 보고 듣는 것이 많아지면서부터 분별하고 구분짓는 마음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남의 안 좋은 점에 대해 말하거나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산 적이 있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지키기 어려운 나만의 약속이었으나, 그런 노력 끝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필요 없는 말이나 편견된 생각들을 절제하게 되었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이 못되고 모난 생각들이 삐죽삐죽 삐져나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나의 잣대로 사람들을 재고, 판단하며, 입 밖으로 떠들어 대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시부모님이 살고있는 샌프란시스코 선셋에 있는 집을 ‘호텔 선셋’ 이라고들 부른다. 인연 있는 사람들이 몇 달씩 머물렀다가 때가 되면 떠났고, 아직도 한 청년이 일년이 넘게 그 곳에 식객으로 머물고 있다.
하니브, 이 친구는 흑인이며, 강인한 성격으로 지는 것을 싫어하고, 이제 갓 서른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홀로 거리에서 자랐으므로 가벼운 경범죄도 흑인인 그에게는 큰 죄목으로 지어져 수 차례 교도소를 들락날락 하게 되었다. 근래에 교도소에서 나온 이후, 다행이 시내의 어느 신발 가게에 취직하여 반년 간 열심히 일하였으나, 얼마 전부터 그 회사에서 하니브에게 할당 시간을 주지 않아 일을 가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어느 날 시댁에 잠시 들렸을 때 우연히 시아버지가 하니브의 직장에 관해 말하며, 너도 알다시피 그 친구는 리더 타입이 아니냐? 순간 나의 입에서 터져나온 말이 그런 신발 가게에서는 리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하는 사람을 원하며, 보스 노릇하려니까 주위에서 싫어하는 것 아니냐? 고 반문하였다. 그 대화가 오고 간 후, 시댁을 나셔려고 할 때 그 친구가 문을 열고 나오며, 버스 주차장까지 운전해 줄 수 있느냐고 남편에게 물었다. 그 친구가 집에 있는 줄 모르고 험담 아닌 험담을 한 것 같아 왠지 그의 얼굴을 보기가 미안하였다.
하니브를 버스 주차장에 내려준 뒤 남편에게 나의 부끄러운 심경에 대해 말하였다. 남편 왈, Small minds talk about people; big minds talk about important things. 자고로 소견이 좁은 이는 다른 이에 대해 말하기를 즐겨하고, 대인은 꼭 해야할 말만 한다며 꼬집어 말하였다. 그래, 나는 소견이 좁아 남의 말하기를 좋아한다.고 뒤튼 심사를 토로하였지만,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부끄러움이 나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이에 대해 비난과 경멸의 말을 쏟아 붓는 나 그리고 우리. 이러한 습관들이 비온 후의 독버섯처럼 자라나 결국은 우리의 마음을 탁하게 한다.
어떤 이가 선사에게 물었다. 알면서 지은 죄와 모르면서 지은 죄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세요? 선사는 그 예를 뜨거운 물건에 비유하며 말하기를, 뜨거운 줄 알고 쥐면 화상이 덜하지만 모르고 쥐면 큰 화상을 입는 것과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모르고 지은 죄’는 그 정상을 참작하여 용서하거나 벌을 가볍게 할 수도 있지만, ‘알고 지은 죄’는 고의적인 행위라 하여 중벌을 가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러나 알고 짓는 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스스로 알기 때문에 언제인가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있기 때문이며, 그른 길을 가면서도 그것이 그릇된 줄 모르고 간다면, 언제까지고 그 길을 잘못 가게 될 것이므로 모르고 짓는 것의 허물이 크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이에게 퍼붓는 비난의 말과 생각들로 인해 큰 화상을 입는 화를 피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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