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경일<무용가>
6년 전 봤던 한국의 삼고무의 감동을 잊지 못하고 언젠가는 꼭 다시 한번 그 공연을 자신이 마련 해보겠다는 꿈을 안고 살았던 어느 외국인의 부탁을 듣고 며칠 전 나는 삼고무를 빌려가면서 새벽 1시에 하는 공연을 했다. 멀리 LA지역까지 삼고무를 공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가 마침내 나를 찾게 되었다고 해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또 요즈음 심하게 아픈 왼팔의 고통을 참으며 그 초대에 응하게 되었다. 1000명이 모인 개인 생일파티치곤 엄청 큰 파티였지만 집에 돌아온 새벽 4시. 더 저려오는 팔을 감싸 안으며 난 무대화장을 한 체 거울을 보며 저번에도 언급했듯이 나에게 큰 숙제인 무용의 대중화를 위한 무대와 나 자신의 위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항상 좋고 최고의 화려한 무대 공연만 하다가 이곳에 와서 한국무용을 찾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리고 단 한사람을 위해서라도 공연한다는 목표아래 많은 공연을 하고 있고, 만들고 있지만 사실, 정식 극장이 아닌 곳에서 공연을 하고 난 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값어치는 얼마정도 입니까?란 질문을 한다면 과연 쉽게 대답할 수 있을까? 사실 자기를 판단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 뿐이고, 자기의 값어치는 진정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혼을 담아 최선을 다했을 때 저절로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술 중학교 시절, 일년에 정기적으로 하는 공연이외에 그저 공연이 하고 싶다는 이유로 마련했던 아이디어 중에 봉사라는 점과, 무료로 무대가 제공된다는 2가지의 장점이 있는 양로원과 고아원공연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눈이 많이 오던 겨울에 선생님의 도움 없이 50명의 무용과 학생들을 이끌고 10여 개의 작품을 만들며 춤을 출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기뻐하며, 무대에서 공연한다는 행복에 열심히 연습했던 시절, 그리고 중학생 꼬마들의 춤을 보며 행복해 했던 그들을 회상하면, 지금은 초대해주는 무대가 있고, 그걸 통해 한국무용도 알릴 수 있고 나의 공연을 보면서 감동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너무나 감사한일을 잠시 잊은 것 같다.
브라이언 카바노프가 씨 뿌리는 사람의 씨앗주머니 중에서 이 세상을 살아갈 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이라고 햇듯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요소들을 오히려 감사로 표현할 수 있다면 나의 값어치를 구지 따질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두 무릎 수술 뒤에도 아직까지 춤을 출 수 있다는 감사, 내가 춤으로 누군가에게 행복과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감사, 나에게 춤 출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어지고 있는 감사함이 ‘영원히 살 것 같이 꿈꾸고, 오늘 죽을 것 같이 살자’고 마음먹으며 살아가는 내가 이번 공연을 통해 느끼는 감사함이 아닌가 싶다.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주위의 상황을 감사함으로 표현하는 12월이 되길 바라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