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경일<무용가>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이 되니 이 한해가 다 가기 전에 계획했던 일들을 마무리하기에 마음이 좀 불안해진다. 나 나름대로 세웠던 계획들을 다시 한번 체크하면서 시간에 쫓기고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하고 싶었던 일, 이루고 싶었던 일등 올 한해를 위해 계획했던 일기장의 첫 페이지를 다시 한번 보니,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의 캐럴과 화려한 거리의 불빛들이 즐거움보다는 부담과 고민을 안겨주는 기분이다. 성취하지 못한 계획들이, 이룬 것보다 더 많은 것은 내 계획이 너무 거창했건 것일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계획들을 어떻게 다 이루어낼까하는 고민은 끝이 날줄 모른다. 이런 고민에 휩싸여 있는 나에게 한국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을 어떻게 아셨는지, 나의 정신적인 지주이신 아버지의 선물은, 어니 J.젤린 스키의 <느리게 사는 즐거움(Don’t Hurry, Be Happy)>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하는 고민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이고,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것들이며,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의 고민은 쓸데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고민의 시간은 10분으로 충분하다는 세이노의 말이 일치하는 듯 하다. 때론 나는, 10분의 고민꺼리를 머리가 복잡하다고 하면서 고무줄처럼 늘리고 하루를 허비하고 한 달을 죽이며 1년을 망쳐 버릴 수도 있는 일을 반복하며 사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생명같이 귀중한 시간에 쓸데없는 고민으로 이 한해를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보람되고 알찬 시간으로 마무리 해야할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계획했던 내가 가야 할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그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과, 내가 걱정해 해결할 수 있는 고민과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구별하며 현명하게 시간을 갖는 것일 것이다.
이 한해가 가기 전에 현명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 자신을 돕는 손과 다른 사람을 돕는 두 손을 가졌다는 것을 잊지 않고 이 한해가 다 가기 전에 10분을 넘는 고민대신에, 어려운 이웃을 한번 더 살피고 주위를 돌아보며 이 두 손을 잘 이용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내가 이루지 못한 계획들의 고민은 사라질 것 같다. 이 책 서문에 ‘어제는 역사(history)요, 내일은 신비(mystery)라면, 오늘은 선물(gift)이다.’라는 말처럼, 오늘을 내게 주어진 귀중한 선물로 생각하면서 올 한해 받았던 감사를 작은 것을 통해서라도 주위에 베풀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보려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