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란<주부>
요즘 신문을 펼쳐보면, 일본 아줌마들의 ‘욘사마 열풍’ 에 대해서 거의 매일 읽을 수 있다.
일본을 방문한 배우 배용준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줌마들이 넘어져서 다치고, 그의 미소에 쓰러지고 난리도 아니라는 기사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볼 때, 나와 내가 아는 많은 아줌마들, 그리고 그들의 친정 어머니들과 시어머니들마저도 그의 부드러운 매력에 마음이 설레었기에, 일본 아줌마들의 광란을 이해 할 수가 있다. 아줌마들이 드라마속 주인공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현실 속의 남편이 채워 주지 못하는 여자의 ‘환상’을 채워 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를 보고 있으면, 여자한테 사랑 받을 짓만 하고, 정말 이뿐 말만 골라서 한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대관령 자락의 스키장에서 심한 폭설로 인적도 끊긴 그곳, 산꼭대기 하얀 눈 속에는 동화 속에나 나올 듯한 통나무 산장 같은 카페가 있고,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은 그곳에 갇혀 하룻밤을 보내며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도 준상이가 너무 멋있어서 비디오 테이프를 몇 번을 돌려보고, 반납 안 하려고 버티다가 갖다가 준 기억이 있다. 어느 시 구절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눈 속에 갇히고 싶다는 낭만적인 배경이 되었던 설원에서 준상이는, 자꾸만 눈길을 외면하며 달아나는 연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당신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장면에서는 나도 까무러칠 뻔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산에서 단둘이 눈 속에 갇힌 적이 있었다. 나와 남편이 신혼 때 겨울에 산에 놀러 갔다가 퍼붓는 눈 속에서 길을 잃고, 차가 눈 속에 파묻혀 꼼짝 못한 적이 있었다. 산에서 눈 속에 갇힌 건 비슷한데, 남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내려서 차 좀 밀을 래? 이었고, 내려서 차 밀라고 한들 네가 또 밀을 애냐 면서 수습하려 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 속에서, 그런 말을 하면 인생 살기가 얼마나 고달픈지 남편은 그날 온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준상이 정신’의 백분지 일만 있어도, 연인들은 헤어지지 않을 테고, 가정에는
평화가 오련만, 현실속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렇게 여자의 환상을 깨는 말만 골라하고, 기름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불 속으로 뛰어 든다. 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고맙다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길가에서 꺾은 예쁜 꽃 한 송이, 이런 작은 것들에 기뻐하고, 또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상처를 받는다. 그런데 결혼 전에는 그러던 남자들도 결혼하면 이제 네가 어디로 도망가겠냐 싶은지, 이런 작은 마음씀씀이를 놓아 버린다. 그래서 아줌마들은 드라마속 주인공이 다 거짓이고 허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열광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겉모양은 우악스러운 아줌마라도, 여자들 마음속에는 이런 낭만과 환상에 마음 설레는 어린 소녀가 살고 있고, 남자들이 그것을 자꾸만 잊어버리는 한, 욘사마 열풍은 계속될 것이며, 제 2, 제 3의 욘사마가 나올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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