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신<화가>
몇 일전 북가주 한국학교협의회 제10회 교사 사은회 밤에서는 학교별 교사들 장기자랑 순서가 이어졌다. 실리콘벨리 한국학교 교사들의 탈춤을 보면서 ‘탈’을 생각해 보았다.
탈은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우리 민족 조각이다.
세계 어느 조각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강한 입체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토속적인 모양새에서 우리 지역 전통적인 민족적 미의식을 보여주는 탈 조각이 바로 민족 예술이다.
우리 탈은 한갓 마을 굿에서부터 지금까지 전승되는 탈춤의 분장 도구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탈은 단순한 가장 도구가 아닌 신성한 의미를 지닌 신격이며 조각품으로서 조형적 예술성이나 미술사적 의미 또한 형상적 표현성과 민중 속의 세계관에 관하여 우리의 상징적 예술성을 갖고 있다. 탈을 조각 생산하는 것이 공통적 사회기반이나 천부적인 작가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고 마을 공동체가 더불어 제작한 것이 탈이다. 필자가 일주일을 밤새워 만든 탈 역시 SV 한글학교 교사공동체를 위한 조각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탈의 형상은 기괴망측하게 생겼고 코와 입, 눈이 과장되고 코가 삐딱하게 곡선으로 붙어 있는가 하면 눈꼬리가 좌우 불균형을 이루며 사납게 찢어져 있고 입이 크게 삐뚤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 이지만 신분적 지체나 성 속의 위상이 어떠하든 간에 생활 속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들 또는 이하의 사람들 모습을 하고 있는 모든 탈이 인간적이라는 점에서 서로 만나고 있다.
색상은 원색적이고 강렬하며 탈춤에서 보면 양반이나 늙은이나 지배층을 공격하는 탈의 색이 검붉은색을 하고 있다. 특히 붉은색은 젊음과 활기를 나타내며 억압된 삶에 대한 저항의식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입 모습, 눈 모습에 흰색은 좋게 보아 밝은 세상을 등지고 어두운 삶을 사는 은자요, 나쁘게 보면 음흉하고 속셈과 위선자임을 나타내는 얼굴에, 반점들은 수도해서 얻은 파리 똥 뿐인 고승들의 관념적 허위를 풍자한 것이다.
탈의 색깔에 따라 지배층의 표면적인 삶의 현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과 함께 이면적인 삶의 진상을 허점으로 드러냄으로써 신분적 특권의 허위를 폭로하고 삶의 건강성과 자생적인 삶의 가능성을 다져가는 것이다.
동양적인 탈에서 보면 중국의 대륙적인 [형태의 예술] 은 장엄하며, 의지가 보이고, 일본은 섬의 [색채의 예술] 정취의 예술로 규정하며 한국은 [비애의 예술] 이라 하겠다. 또한 선의 예술이라는 의미는 버선코나 한복의 소매 곡선, 한옥의 용마루 끝의 곡선을 볼 수 있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 속에 한국 원색채가 어울려 춤추는 활발한 민족적 기상이 교사들에게 용솟음치길 새해에는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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