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란<주부>
최근 한국신문의 한 쪽에 여성에 대한 비하적인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곳에서 Minority로 살아간다. 나는 여자이고, 소수민족중 하나인 아시아인이고, 그중 에서도 일본 같은 강대국 국민이 아니라 한국인이고, 지금까지 살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경제력도 없다. 사회 구성원은 강자와 약자로 크게 나 눌 수 있는데 여자들, 아동들, 노인들, 장애자들, 소수 민족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약자이고 경제력과 권력을 가지지 못한 범주에 속한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미국은 강자가 자신이 가진 ‘힘’으로 약자를 억압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약자가 ‘법’에 의해 강자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국가이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은 하나님의 이름 아래 동등하며, 모든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매일 암송하는 미국 국민 교육 헌장에도 나와 있고, 이 행복 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 모두에게 동등하다.
한국이란 사회는 오랜 세월 동안 가부장 제도가 지배했던 사회이다. 즉, 남자는 하늘이라는 논리로 여자가 지배되어 왔으며, 우리의 수많은 어머니들과 그들의 어머니들이 그 제도 아래, 그저 ‘여자로 태어난 죄’만으로 버려지고, 교육받지 못했고, 온갖 불평등을 감수하면서 긴긴 인고의 세월을 살았다. 그렇게 살았기에 의식이 깨어 있던 어머니들은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어도 기를 쓰고 딸들을 교육 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받고 사회 생활 하면서 경제권을 가지고 있는 딸들에게는,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란다. 자신의 소중한 딸들이 경제권 없는 약자로 불평등을 감수하고 인내하며 살기를 더 이상 원치 않는다.
인간의 역사는 후손은 좀더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나의 세대보다는 보다 나은 발전적인 삶으로의 투쟁의 기록이다. 여자로 태어나서 받게 되는 온갖 불평등에 맞서려는 사람에게 억울하면 누가 여자로 태어나랬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나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그들은 어떤 사회에서건 ‘절대적인 기득권자’ 일수 있냐고...자신이 가진것 보다 더 가진 자가 누가 가난하게 태어나랬어? 라던가, 혹은 백인이 당신을 경멸하면서 억울해? 누가 동양 사람으로 태어나랬어? 이렇게 말한다면, 행복하겠느냐고?
세상의 그 많은 불평등을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남들 보다 조금 더 가졌다고 해서, 현재 상황이 조금 더 낫다고 해서, 도와주지는 못할 지언정,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적어도, 그런 식으로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후진국일수록,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약한 자들을 억압하고 그들 위에 군림하려 든다. 소수의 가진 자, 힘있는 자가, 그렇지 못한 사회의 많은 약자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아픔을 배려할때,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려 할때, 그런 작은 마음 씀씀이가 이 세상을 좀 더 살맛 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사회적으로 힘없는 아줌마가 이렇게라도 목소리를 한번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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