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철산역 사이
50대, 7호선에 방화… 객차 3량 전소
새해 첫 출근길을 운행하던 지하철 열차에 50대 남자가 불을 질러 일부 객차가 불에 타고 승객들이 대피하는 아찔한 사건이 발생했다. 긴급 대피로 다행히 인명 피해는 거의 없었지만 자칫 338명의 사상자를 낸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사건이 재연될 뻔한 순간이었다. 특히 기관사는 한동안 객차 내부에 불이 난 사실조차 모르고 운행했으며, 뒤늦게 벌인 진화작업도 제대로 되지 않아 열차가 종점으로 가던 중 재발화 하는 등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3일 오전 7시10분께 서울 지하철7호선 가리봉역에서 철산역으로 달리던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7017호 열차(기관사 금창성ㆍ37) 8량 가운데 7번째 객차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6, 7, 8번째 객차 3량을 모두 태웠다. 이날 사고로 7번 객차 발화지점 바로 앞에 앉았던 윤춘자(67ㆍ여ㆍ경기 부천시)씨가 오른손에 화상을 입었다.
윤씨는 열차가 철산역에 도착하기 조금 전 맞은 편 노약자석에 앉았던 50대 남자가 주변의 신문지를 모아놓고 갖고 온 비닐봉지에 든 액체를 신문지에 쏟아붇고 불을 붙였다. ‘펑’하는 소리에 깜짝 놀란 나와 승객들은 옆 객차로 황급히 달려갔다. 조금 뒤 열차가 철산역에 도착하자 8~9명 정도의 승객이 밖으로 뛰어 나왔다고 말했다.
승객들의 소동으로 화재발생 사실을 안 철산역 역무원들이 달려 나왔으나 기관사 금씨는 이를 모른 채 열차를 이미 출발시켰다. 금씨는 철산역에서 출발한 뒤 화재사실을 연락 받고 광명사거리역에서 정차해 나머지 승객 80여명을 모두 대피시켰다.
광명사거리역에서 열차는 역무원들에 의해 1차 진화됐으나 종점인 온수역으로 옮겨지는 동안 남아있던 불씨가 다시 발화, 3량이 전소된 뒤 역 구내에서 119소방대원에 의해 완전히 진화됐다. 이 사고로 신풍역_온수역 양방향 열차 운행이 오전 10시45분까지 3시간 30여분간 중단됐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기관사 금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며, 목격자 윤씨와 승객들의 진술을 토대로 철산역 주변 구로구 전역을 중심으로 용의자 검거에 나섰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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