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총출동… 중앙당사 방불
22일 경북 영천시는 총성 없는 전장이었다.
불모지 TK에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여당의 공세는 치열했고, 낙동강 전선 사수에 나선 야당도 처절했다. 여야의 지도부는 이날 대거 영천으로 몰려들었다.
열린우리당은 문희상 의장을 비롯, 상임중앙위원 5명과 정세균 원내대표, 원혜영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전원이 내려와 시내를 누볐다. 기업도시 유치, 공기업이전 등의 공약으로 물량공세를 퍼부었다.
한나라당도 박근혜 대표, 맹형규 정책위의장과 김무성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현지에서 지역발전대책회의를 열었다. 산업도시 개발, 공단유치 등을 상륙 저지용 포탄으로 쏘아올렸다.
경북 영천은 누대에 걸친 한나라당 텃밭이었다. 그래서 초반 정희수 후보의 지지도가 정동윤 후보에게 뒤졌지만 박 대표가 몇 번만 내려가면 금방 뒤집힐 것이라고 한나라당은 낙관했었다. 하지만 후보 지지도는 물론이고 당 지지도가 여당에 뒤진 채 제자리걸음을 치자 다급해졌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2일 경북 영천 재선거 지원유세에 앞서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영천=홍인기기자
4ㆍ30 재보선 지원유세에 나선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22일 경북 영천시 신시장에서 상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영천=홍인기기자
이는 최근 들어 더욱 나빠진 지역 경제의 영향이 컸다. 한창때 18만이던 인구는 10만으로 줄었다. 한 상인은 뭐 하나 변변한 것 없는 부도난 도시라고 말했다. 그 원망이 지역 터줏대감 한나라당에게 쏠리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출신 의원, 시장이 각각 불법선거와 수뢰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것도 한 몫 했다.
여당 후보 사무실을 휘감은 ‘여당을 찍어 영천을 살립시다’는 플래카드가 거짓말이래도 이 곳 사람들에겐 절실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시청공무원 이모씨)상황이다.
이 곳 사람들의 정서는 한 마디로 한나라당에 대한 의리는 지켜야 겠지만 여당의 실리도 외면할 수 없다이다.
여당은 이런 정서를 자극하고 있었다. 박 대표 눈물에 또 속아서 찍어 놓고 후회할겁니까.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늘어선 택시들 위로 여당 선거 차량에서 격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왔다.
맞다 맞다. 인자는 박근혜 아이라 박정희가 살아와도 안 된다.한 택시 기사가 맞장구쳤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다른 택시기사가 정색했다. 이래 못사는 게 여당 때문이지, 어째 한나라당 때문이야.
야당은 그래도 한나라당이란 뿌리깊은 정서에 대한 기대의 끈을 여전히 놓지 않고 있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여기 사람들이 결국 당일 날은 한나라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인근 중앙동에서 만난 50대는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물음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자존심 팔아서라도 먹고 살아야 할지.
영천=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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