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가 되면 별로 기억하고 싶은데도 내 기억에는 경찰들의 로드니 킹 구타 장면, 두순자 사건, 한인 상인들이 흑인 주민들에게 불친절하며 이익을 흑인지역사회에 환원하지 않는다는 보도, 구타 경찰의 무죄판결, 흑인들의 분노, 방화와 약탈 그리고 한인들이 총을 들고 폭도들로부터 사업체를 지키는 장면들이 스쳐간다.
주류사회 언론들이 4.29라는 사태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한흑 갈등으로 몰아간 흔적이 역력하다. 경제적 불평등, 사법기관, 경찰 등 백인주류사회의 기득권이 표적이 되지않게 하기 위하여 우리 동포사회를 희생시켰다는 분노가 매번 치솟는다.
미국에서는 일반 역사 교과서에 안나오는 수많은 크고 작은 폭동들이 이어져 왔다. 백인들이 일으킨 폭동도 많았으며 항상 근본적인 원인은 높은 실직률과 부의 차별적 분배, 빈부의 격차 등 경제적 불평등이었다. 4.29 또한 경제적 불평등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한인사회는 13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는 라티노와의 관계에 경각심을 갖고 있다. 이들이 우리의 종업원이며 이웃이며 또 손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라티노들이 한인사회와의 관계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고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우리 자신이 공공연히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빈곤과 한인타운이라는 주제를 갖고 열린 타운홀 회의에서 몇몇 한인 교수들은 폭동 당시보다 한인타운 주민들의 실질 수입 수준이 17% 낮아졌으며 약 70%의 주민들이 빈곤층에 속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로 인해 자녀 교육, 식생활, 거주환경, 의료 등이 기본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으며 빈곤에 대한 불만이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4.29를 통해서 뼈저리게 배운 것이 있다면 우리는 소수민족이며 이민사회라는 것이었다. 한인타운 주민들의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도 우리는 라티노주민들과 같은 이민자, 같은 소수민족으로서의 입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인타운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발전되어야 하는지, 제2의 4.29는 어떻게 방지해야하는지, 우리가 원하는 이상형의 한인타운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단계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라티노 고용 업소들이 종업원들에 대해 인격적 대우를 하고 최소한의 노동법을 준수해야 하며 능력이 닿는 한에서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1.5세가 주도하고 있는 한인타운의 비영리 단체들은 주민들의 인구구성과 필요를 반영하여 라티노 주민 대상 봉사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량의 라티노 간사들을 고용해야한다.
같은 소수민족, 이민자로서 공동 대처해야 할 사회적 이슈들은 많다. 특히 부시정부의 반이민 정서의 법안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이때 몇몇 한인단체의 수준이 아니라 한인사회 전체가 라티노 지역사회와 연대하여 적극 대처해야한다.
한인사회의 지도력은 교계에 있다. 교계가 한인사회의 정신적 지주라고 생각한다. 광범하게 동포사회의 의식을 주도하고 실천에 옮기게 할 수 있는 지도력은 교계에만 있다고 본다. 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선교의 차원에서 한인타운의 빈곤 퇴치, 인종화합에 지도력을 발휘한다면 제2의 폭동을 방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박영준/한인노동상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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