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UCLA후원장학생으로 뽑혔는데 퍼듀에 가기로 결정했거든요. 장학금을 그 대학으로 이관할 수는 없나요? 아니면 종류를 바꿔주거나…”
올해도 치열했던 대입 전쟁이 한차례 마무리 돼가니 메릿 장학생 명단이 나올 때인가 보다. 내셔널메릿과 기업후원에 이어 이 주초 대학후원 1차 명단이 각 언론사로 전달됐다. 하지만 문의전화는 ‘처음 신청한 대학에 입학해야만’ 지급되는 대학후원 명단이 발표된 지금부터다. 아직 2차 명단 발표가 남은 이 시점에서 올해 가주 한인 메릿 장학생은 60여명. 때마다 명단을 줄줄이 보도하는 이유는 이들이 격려와 축하를 받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PSAT/NMSQT재단은 매년 가을 전국 약 130만 11학년생들이 응시한 PSAT점수로 상위 1%인 1만 6,000명의 준후보자(semifinalists)를 선발한다. 이중 2회의 추가심사 후 1만 5,000명의 후보자(finalists)를 선정, 현직 대입사정관과 고교카운슬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학교장추천서와 성적, 리더십, 관심 분야를 토대로 최종 8,200명의 장학생을 솎아낸다. 이들을 ‘내셔널 메릿’과 ‘기업후원’, ‘대학후원’의 세 그룹으로 분류하는 마지막 절차를 거쳐 이듬해 봄 발표한다.
이처럼 바늘구멍 같은 관문을 지나면서 ‘과연 학비를 대 대학공부를 시켜 아깝지 않을 재원으로 검증된’ 학생들이다. 그러니 지난 반세기 동안 도합 7억6,400만 달러 규모의 장학금을 지급해 온 게 아닐까.
이런 절차를 알고 나면 부모는 더욱 감동하게 마련. 문제는 A대학의 후원이 결정된 자녀가 B대학으로 입학을 결정한 위와 같은 경우다.
“다른 대학에 가면 그 실력이 어디 가냐”는 주장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이쯤에서 “하는 수 없지, 그래도 대견하다”는 학부모가 대다수지만, 더러는 ‘너무 억울하다. 뭐 그런 제도가 다 있나. 줬다 빼앗나. 약만 올렸네…’하며 부부가 번갈아 전화통을 붙잡고 열올리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해서 자격까지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 깊고 성숙한 자녀가 부모의 이런 불평을 곁에서 듣는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당장 1,000달러 받고, 못 받고는 상대적으로 그리 중요치 않다. 메릿 장학생이 된다는 것은 학생으로서 노력해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커다란 성과요, 돈으로 살 수 없는 명예로운 가치(merit)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올해는 한인 메릿 장학생들이 가슴깊이 뿌듯함과 자신감을 지닐 수 있도록, 처음 발표를 듣고 가졌던 감사의 마음이 아쉬움으로, 아쉬움이 욕심으로 변질돼 자녀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기를 바란다.
김상경
<특집1부>
sangk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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