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규
김 권사님이 타계하시었다는 소식을 듣고 온 세상이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혼자 훌훌 털어 버리시고 영영 떠나셨습니다. 잔잔한 미소로써 우리 모두에게 인자함과 신앙의 어머니가 되어 주시던 그 모습을 이제는 대할 수 없다는 게 슬퍼지고 안타깝습니다.
권사님은 일생을 신앙을 위해 살아오신 우리 민족의 어른이었기에 권사님을 여윈 슬픔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슬픔입니다. 권사님의 신앙을 향한 그 단심(丹心)은 인간 생활에 공의(公義)가 서야겠다는 일관된 철학의 바탕을 둔 것이었습니다.
조국이 일본제국주의자(日本帝國主義者)들의 손에서 신음하던 소녀(少女)시절에 권사님은 인간에 의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불의가 이 세상에서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불의를 추방하겠다는 신념으로 신앙의 길을 택했던 것입니다.
온 세계에 신화로 칭송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종교 열풍이 사회정의와 윤리의식을 뿌리 내리게 하는데 공헌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열풍일 뿐 신앙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신앙인들이 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물질만능의 가치관을 얼마나 개혁했는가를 묻은 아픈 질문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세관에 걸린 목사란 제하의 신문을 보고 분노도 했습니다. 목사는 정의롭게 살아야 하고, 타협은 죄악을 짓는 것이라고 힘있게 말하였습니다. 들에 핀 백합화나 공중을 나는 새에게서 배우는 게 없으면 신앙이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로, 분간 못하면 하늘나라의 일꾼이 되지 못한다고 개탄하셨습니다. 또한 인류가 지금까지 노력했듯이 이런 상황에서도 청념을 찾고 지각을 차리고 성(聖)과 정직(正直)을 세우고 풍류 속에 웃으면서 신뢰와 긍정의 윤리를 가지도록 애써야 한다고 힘있게 강조하셨습니다. 이처럼 강직하고 불의와는 타협을 모르시는 권사님이셨습니다.
정신적인 지주(支柱)를 바탕으로 한 성전도 마련하여 신앙에 굶주린 심령들에게 알찬 신앙의 길도 열어 주셨습니다. 밤이나 낮이나 오로지 교회 생각, 교인을 돌보는 일을 잊어본 일이 없었습니다. 권사님의 강직(剛直), 고절(高節)은 우리 교인이 존경하는 사표(師表)입니다.
이제 권사님이 이승을 등지시니 정의를 위해 자기희생을 아끼지 않던 어른을 잃게 된 것을 우리들은 애도하고 슬퍼합니다. 권사님이 떠나는 뒤안길에 낙조의 아쉬움만이 쓸쓸히 남고 곁드려진 날짐승조차 애절하게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나이다.
이 환멸의 세상, 권태롭던 이승을 다 잊으시고 가지는 벗이여! 미련을 남긴들 무엇하리요.
이제는 믿음의 역사의 따스한 햇볕이 들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교회의 밝은 소식, 그리고 교인들의 후련한 이야기가 전해질 때 저희들은 가신 님의 영전에 꽃 한 송이를 올리겠습니다.
이제는 예수님의 따뜻한 품속에서 고이고이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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