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에서 만난 LAPD 윌셔경찰서의 랜디슨 경관은 대부분의 한인들이 경찰의 수사에 비협조적이며 한인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증인이나 증언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그는 경찰에 제보를 하지 않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서는 유사범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모든 한인이 획일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그의 하소연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건사고 취재현장에서 만나는 한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기 위한 기자의 취재요청 조차도 거부하기도 한다. 한인들의 폐쇄적 성향은 강력 사건일수록 더욱 짙어진다. 취재를 거부하는 한인들에게 사건의 정황을 듣기 위해 기자는 간청도 하고 달래기도해야 한다. 한인들이 사건사고에 관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피해자든 가해자든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주변인들은 용의자로부터의 복수가 두렵거나 혹은 법원이나 경찰서에 불려 다니는 것이 귀찮은 이유로 경찰의 수사 혹은 기자의 취재를 따돌리고 있다.
사건이 닥쳤을 때 충격에 빠진 피해자 혹은 가해자 가족들, 주변인에게 취재를 요청하는 기자의 마음도 결코 편하지 않다. 그러나 당장은 내키지 않는 언론보도로 인해 혜택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 2월 50대 한인 남성이 별거 중이던 부인과 길거리에서 다투던 중 분신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졌고 아버지를 구하려던 12살 짜리 아들은 3도 화상의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자세한 내역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 딱한 사정에 처한 가족을 돕기 위한 한인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지난해 나눔 선교회가 시설 미비 문제로 철거위기에 처해 원생들이 교도소로 보내지거나 한국으로 추방되는 위기에 처했을 때 용기 있는 몇몇 부모들이 나서서 이들의 사연을 낱낱이 밝히고 커뮤니티의 도움을 이끌어 내 선교회가 철거되는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올바른 보도는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고취시켜 유사범죄를 방지하는 효과도 갖는다. 최근 글렌데일 지역에 잇따라 발생한 대낮절도 보도가 나간 후 이 지역 한인들은 감시카메라와 알람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자체적으로 방범에 나섰다.
언론이 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공익을 위해 알려야 될 사실은 알리고 이웃이 사건사고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이 사건을 계기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하고 피해자들을 커뮤니티 차원에서 품어주고 아픔을 나누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 공정한 보도를 통한 사회 발전 실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홍지은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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