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50억·조흥 200억 CD사기… 이미 현금화 가능성
고교동창인 국민은행과 조흥은행 직원이 총 850억원대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가로채 해외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오목교지점의 신모 과장은 최근 650억원짜리 CD발행을 의뢰한 K토지신탁회사에게 위조된 가짜 CD를 내준 뒤 진본은 자신이 가로채 해외로 도주했다. 조흥은행 면목남지점의 김모 차장 역시 같은 회사로부터 200억원짜리 CD발행 의뢰를 받고 같은 수법으로 CD를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K토지신탁 직원이 25일 오후 4시께 조흥은행 면목동 지점을 찾아 CD를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가짜임이 드러나 불거졌다. K사는 이에 따라 국민은행 발행 CD의 진위 여부도 의심스러워 확인에 나섰고 역시 가짜 CD로 밝혀지면서 두 은행에 대한 금감원 조사가 착수됐다.
금감원은 두 은행 직원이 고교 동창이?범행 수법이 유사한 점으로 미뤄 사전 공모에 의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과장은 이미 해외로 도주한 상태이며 김 차장 역시 휴가를 내고 잠적한 상태라 해외 도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감원은 이들이 해외로 도피하기 전에 CD를 사채시장 등에서 현금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CD의 유통 경로를 조사중이다. 국민은행과 조흥은행도 이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두 은행 해당 영업점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 데 이어 오후에는 전 은행 검사부장들을 소집, 보유중인 CD 관리상태를 점검하도록 긴급지시했다.
또한, CD를 보유중인 고객들이 위조여부를 문의할 경우 적극적으로 감식에 응할 것을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두 은행에 대해서는 이번 검사 결과 내부 통제 등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엄중 제재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말 현재 CD 잔액 49조원 중 38조원은 증권예탁원에 보관돼 있는 진본이지만 나머지는 위조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CD유통시장에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에도 기업은행에서 300억원의 CD를 도난 당했다가 하루 만에 범인이 검거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 CD(certificate of deposit) , 통장 대신 증서를 받는다. 다른 채권처럼 시중에 유통되는 유가증권이다. 만기는 3개월과 6개월짜리가 가장 보편적. 단기 여유자금을 굴릴 때 주로 활용된다.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엔 대표적인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 수단으로 쓰였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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