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8월은 유달리 문학 행사가 줄지어 있다. 개인의 출판기념회나 각 문학단체의 월례회 등 정기 모임을 접어두고라도 5일에는 펜 문학상 시상식이 있었고 6일에는 시인협회, 크리스천문인협회, 수필문학가협회의 3개 문학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제18회 해변 문학제가 벤추라 카운티의 주립공원에서 개최되었다.
11일과 18일에는 기독교문인협회와 수필문학가협회가 각각 세미나를 갖으며 20-21일에는 미주한국문인협회의 문학캠프가 태미큘라 소재 ‘꽃동네’에서 열리게 된다.
이렇듯 해가 갈수록 각종 문학행사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문인과 문학단체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표증이다. 실제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인근만 보더라도 불과 5,6년 사이 문인들이 두배로 늘어나서 200여명을 헤아리고 있으며 그중 1/3 가량은 관련 단체에 적극 참여하여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등 활발히 문학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문학단체 또한 시, 소설, 수필, 시조의 장르별 협회를 위시해서 미주한국문인협회, 크리스천문인협회, 기독교문인협회, 한민족작가연합, 해외문인협회, 미주시인회의 등이 있으며 이밖에 한국 문학단체의 미주지부인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펜클럽 LA 지역위원회 그리고 동호인 성격의 오렌지 글사랑 모임, 미주시문학회 등 모두 14개에 달하고 있다.
이민생활에서 한국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한 조국, 동일한 정서를 가진 우리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글을 통해서 이민생활에서 겪는 애환을 같이 나누며 피폐된 마음을 순화하고 고유의 문화를 전승시켜서 새로운 세계에 안착할 수 있는 정신적 지주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주 내 한인문단은 어느덧 30, 40년을 헤아리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문인과 문학단체가 늘고 역사가 오래됐다는 것은 그만큼 문단의 역량과 사회적 책임이 커졌다는 말과 같다. 따라서 앞으로는 문인의 무분별한 양산보다는 그 자격을 한층 강화해야 하고 유망한 작가 특히 이민 2세의 발굴과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한다. 본국 문단에만 의존하려는 사대주의적 행태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곳을 소재로 삼은 작품들을 많이 발표함으로써 한국문단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한인문학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문학은 완성의 학문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학문이다. 아무리 유능한 작가라 할지라도 완벽한 작품은 쓸 수 없으며 따라서 문인은 늘 자신에게 부족을 느끼고 필력을 향상시키는데 정진해야 한다.
문학의 본질은 인간성에 두고 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창작활동은 접어둔 채 분파행동과 패거리 짓기에 더 열심인 소위 사이비 문인들을 배척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인단체가 외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면 그에 합당한 객관적 검증이 있어야 한다. 몇몇 기득권자의 사설집단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정관이나 회칙이 있어야 하고 투명한 회계보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회장의 선출은 전 회원의 의사가 반영되게끔 직접, 보통, 비밀의 민주 방식으로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회장 혼자만 있거나 설립목적이 애매모호한 유사단체는 해산하거나 통폐합되어야 한다.
대다수의 문인들은 문학단체의 난립현상을 개탄하며 조속히 통합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최소 2,3개 이상의 단체에 가입되어 별로 도움도 못되는 문집 출판을 위해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
이제 한인문단은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성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계속 자정노력과 혁신에 눈감는다면 머지않아 한인타운의 유명무실한 수많은 단체의 하나처럼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독자를 잃은 문학은 더 이상 존재의미가 없으며 한갓 또 하나의 공해물질로 인식되어질 것이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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