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게 0-1로 패한 한국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퇴장하는 가운데 붉은악마 단원들이 ‘독일갔다 그냥올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안방에서도 사우디에 고배 0-1

이러다간 정말로 독일에 갔다가 빈손으로 그냥 돌아오는 것 아닐까.
한국축구가 6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이뤄냈음에도 불구, 본프레레호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최종전에서 전반 4분 내준 한 골을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비록 이미 양팀 모두 본선진출이 확정돼 사활이 걸린 경기는 아니었지만 한국은 최근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당한 최하위 수모와 원정경기에서 사우디에 당한 완패(0-2)를 동시에 만회할 수 있는 찬스를 또 다시, 그것도 안방에서 무기력하게 날려버려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로써 한국은 사우디(승점 14·4승2무)에 이어 승점 10(3승1무2패)으로 A조 2위에 그치며 최종예선을 마감했다. 한국은 사우디와의 역대전적에서 3승5무5패로 열세를 면치 못했고 지난 89년 이탈리아월드컵 예선 2-0 승리 이후 무려 16년 동안 한번도 못 이긴 ‘사우디 징크스’도 깨지 못했다.
지난 3월 원정경기에서 당한 0-2로 완패를 안방에서 만회하려던 본프레레호의 꿈은 초반 기습적으로 첫 골을 뽑아낸 사우디가 이후 구축한 밀집수비벽에 막혀 허무하게 깨지고 말았다. 사우디는 경기 시작 휘슬이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4분여만에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장신 스트라이커 모하메드 알 안바르가 솟구쳐 오르면서 헤딩으로 한국의 골네트를 출렁여 가볍게 선취골을 뽑았다. 초반 너무 쉽게 골을 내준 한국은 잠시 흔들리다 약 3분 뒤 박주영의 크로스를 백지훈이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반격에 나섰으나 사우디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이후 안정환, 김진규 등의 슈팅이 모두 무위에 그친 데 이어 전반 종반 잇달아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면서 패색이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33분 박주영의 오른발슛이 골포스트를 살짝 비껴간 데 이어 40분에는 김두현의 예리한 크로스가 다이빙한 박주영의 머리를 스치며 골문 바로 앞에 있던 김동진의 발에 맞았으나 너무나 예기치 못하게 날아온 볼이어서 김동진이 순간적으로 처리할 수 없어 또 다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것.
후반들어 차두리와 안정환의 슛이 잇달아 골키퍼에 걸린 뒤 본프레레 감독은 차두리와 백지훈을 빼고 정경호와 김정우를 투입했으나 이미 얽혀버린 경기의 실마리를 풀지는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후반 중반 김동진이 거친 플레이로 퇴장당하면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전반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긴 했어도 골 결정력 부재와 수비의 조직력 불안, 창조적인 플레이메이커 결핍, 패스워크 난조 등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이날도 변함없이 되풀이돼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팬들의 불안감을 더욱 확산시켰고 이에 따라 본프레레감독에 대한 퇴진압력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우디전 패배후 고개를 숙인 채 퇴장하는 요하네스 본프레레감독 <연합>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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