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자

은행에서 나오면서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보안 카메라를 바라본다.

사진이 더 잘 찍히도록 표정을 지어본다. 그러나 그 사진이 아무리 잘 찍힌들 사건이 나지 않는 한, 그것을 검사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모두 지워지고 말 것인지, 상상외로 오랫동안 보관이 되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곳에서 나의 사진이 찍히는 일에 익숙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공항은 물론이고, 관공서, 물건을 살 때, 길에서도 나의 모습이 어느 사이에 카메라에 들어 가는 이 시대에서 이제 비밀은 없다.

누구인가 작정을 하고 나의 생활을 조사 한다면 나의 모든일이 들어난다. 수퍼 마켓에서는 주로 무엇을 사는 지, 치과에는 언제 갔으며, 여행은 어디로 갔으며, 자주 가는 식당은 어디이며 또 얼마나 많이 돈을 쓰는지, 누구와 언제 얼마동안 전화를 했는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컴퓨터 안에 기록된다.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거기에도 과속을 감시하는 카메라가 있다. 그런들 걱정이 없다.속도는 규정에 조금도 어긋나지 않으니 참으로 태평하다. 오히려 늦게 가다가 남에게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때때로 그 카메라들이 대단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New York의 투인 타워를 무너뜨린 범인들이 공항에 들어가던 모습이라든지, 런던의 지하철 폭파범의 사진이 고스란히 찍히기도 하고, 은행 강도의 모습도 찍힌다. 바야흐로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절대로 불리한 시대가 열리고 있는가보다. 그래서 공항에서는 불편해도 보통 사람들이 긴 줄에도 불구하고 불평없이 차례를 기다린다.

자신의 모습이 알지못하는 사이에 이곳 저곳에서 여지없이 찍힐 때에, 뉴스도 만들지 못하는 시민들은 그러한 씨스템을 철저하게 믿고 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정직하게 법을 지키고 있다는 전제 때문에 그러하다. 믿지 않고서야 하루인들 살아가겠는가.

그런데 어느 사이에 ID를 몽땅 도둑맞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허락없이 남의 방을 엿보는 것과도 같은 도청 때문에 많은 사람이 패가망신을 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도청에 대한 뉴스를 대하며, 누가 엿본다고 한다면 한심 할 정도로 흥미없고 나태하기조차 한 나의 일상을 반성헤 본다. 나도 모르게 사진이 찍히고, 뒷조사를 당하고, 엿듣는 마당에 그야말로 나의 모든 것이 기록된다고 상상을 해본다. 그게 어디 보통 일인가.

그런가하면, 사람들이 속절없이 ID를 도용당하는 어이없는 세상에서, 어디에 구멍이 뚫려 도둑이 엿보고 있는 듯 한 불안감도 생긴다. 본인이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상대방이 막무가내로 저지르는 범죄는 모두 그러하다. 그냥 앉아서 표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민들은 Security Camera가 고맙고, 국경의 삼엄한 경비도 고맙다. 소수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범죄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길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일을 방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테크놀러지가 한없이 발달한 이 시대에도 마음을 드려다 보는 기계는 아무데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어울려서 함께 살아간다.

가계에 물건을 사러 간다. 값을 지불하면서, 혹시라도 손님이 강도로 돌변할가봐 설치되어있는 카메라를 본다. 그리고 사진이 잘 나오도록 표정도 관리해본다. 때로는 미소도 지어 본다. 언제부터인지 생긴 이상한 나의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