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고 미국에 이주한 많은 한인가정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있다. 미국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미국 문화를 처음으로 접하는 남편과 부인은 미국문화를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또한 자녀들은 그들대로 미국문화를 부모들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미국문화를 소화해 가는 과정에서 가족들은 서로 심한 갈등을 겪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이민사회이다. 개척시대부터 미국사회는 여성들의 협력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했다. 그래서 유럽에 비해 미국에서는 여성의 권리가 훨씬 확립되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유럽 남성들은 미국남성들이 남성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미국남성들은 유럽남성들이 여성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동양과 미국사이에도 있다. 특히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하고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적은 한국에서 자란 한국 남성들은 미국의 이러한 문화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LA를 중심으로 한 통계를 보면 한인들은 미국의 소수민족 중에서 가장 많은 가정 폭력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법은 가정폭력을 매우 엄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한인사회를 보는 미국사회의 평가는 나쁠 수밖에 없다.
부부간에 가정폭력이 일어나기까지는 많은 갈등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그 가정이 미국생활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손실이 얼마나 컸을 지는 짐작할 수 있다. 부부간의 협력이야말로 미국생활에서 성공하는데 필수 요건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부부들이 많다. 자영업에서 성공한 한인남성들을 보면 대개 부인과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사회에서는 부부간의 갈등을 전문 상담인과 의논하는 것이 상식화 되어있다. 그러나 한인사회에서는 부부간의 갈등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매우 타부시 한다. 그래서 갈등을 감추려고 하고 당사자간에 직접 해결해 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감정이 대립된 부부가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흔히 친한 친구와 의논하는 경우가 있으나 오히려 잘못된 조언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부관계는 반드시 전문가와 진지하게 상담해야 한다.
한인가정에서 부부간의 갈등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은 청소년 문제이다. 이민 가정의 자녀들은 자기 부모와 친구들의 부모를 비교할 기회가 많다. 자녀들은 미국가정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의 의견을 많이 존중해 주는 것을 본다.
아버지의 권위가 절대적인 한인가정의 자녀들은 자연히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부모 자식간에 대화가 많지 않은 한인가정에서 청소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너무나 많다.
뜻을 같이하는 한인 여성지도자들이 모여 가정상담소를 설립한 것이 약 22년전의 일이다. 이민 생활에 일어나기 쉬운 부부갈등을 전문성 있는 교육과 지도를 통해서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상담소는 그 동안 자금 문제로 그리고 운영 면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어왔다. 그러나 많은 비상임 이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제는 주류사회에서도 인정받는 기관으로 발전했다.
상담소는 현재 하나의 소중한 꿈을 가지고 있다. LA 한인사회에서 처음으로 가정 폭력 희생자들을 위한 보호소를 세우는 것이다. 금년을 시발점으로 하여 모금 활동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꿈은 모든 상담소 직원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꿈과 용기가 있으니 조만간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벤자민 홍
가정상담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