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11일 맨해튼 국제무역센터가 테러로 붕괴된 며칠 후 첫 미국여행을 했었다. 공항에는 여행객은 별로 없고 무장한 군인들만 빼곡했다. 군인들의 총구가 허리에 스치는 살벌한 공항 검색대를 빠져 나와 워싱턴공항에 도착했다. 백악관 방문은 무산되고, 인간 띠를 이루는 테러반대 시위대 사이를 헤집고 배회하며 우주항공 전시장에 들렸다가 온 것이 워싱턴뿐만 아니라 미국 관광의 전부였다.
이것이 선망의 대상, 미국의 첫 인상이었다. 공포와 어둠이 드리워진 미국시민들이 조금이나마 용기를 되찾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다음해에는 뉴욕에서 행사가 있어 남편이 맨해튼 그 현장을 가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9.11테러 1주년 추모 행사 날이었다. 언론의 카메라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맨해튼 42번가와 47번가 사이 유엔 본부 앞에는 테러방지를 위해 모래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모여들었다. 하늘에는 헬기가 날고, 경찰은 유엔 본부주변의 맨홀 뚜껑을 용접하고 있다고 했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비장한 각오들이었다. 미국시민들은 성조기를 내걸고 추모의 분위기 속에 일치 단합했다. 
공교롭게도 우리 가족은 또 9.11을 며칠 앞둔 지난 2004년 9월5일 미국으로 이주를 했다 한국의 비경을 알리는 독도그림 미주 순회전시를 하기 위해서였다. 테러를 상기할 추모행사들을 할 때에 꼭 미국으로 오게 된 것이다.
미국에 왔으니 우리는 화가로서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상 한 모퉁이라도 아름답게 그림으로 꾸며보자. 최근 다양한 재난으로 인해 인심이 메말라 가는 이때 우리 작은 붓질들이 땡볕 내리쬐는 사막에 한줄기 단비가 되길 기원해본다.  
며칠전 9.11 테러 4주년을 맞으며 희생자들의 추모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그 때의 그림일기들을 내걸어 아틀리에를 장식해본다. 사라진 무역센터사이로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도 그려보고 우리 한국의 풍물들과 하모니를 이루는 평화의 노래를 그리고 싶다. 
여영난/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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