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로마근처에 있는 네미라는 마을에 숲과 동물, 풍요의 여신인 다이아나와 그 남편 비르비우스를 섬기는 신전이 있었다. 이 신전의 제사장은 ‘숲의 임금’으로 일컬음을 받았는데 남자라면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제사장이 되기 위해서는 신전 주위에 숲에 있는 성스러운 나무에서 ‘황금가지’를 꺾어 그것으로 제사장을 찔러 죽여야만 했다. 이런 방법으로 제사장 직분이 대대로 이어져 왔다. 과연 황금가지가 어떤 것이기에 이것을 손에 넣은 사람만이 제사장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영국의 인류학자 제임스 프레이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13권에 달하는 방대한 책을 섰다. 그렇다면 성스러운 나무에서 자란 ‘황금가지’는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참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가리킨다. 유럽에서는 참나무를 매우 신성하게 여겼고 참나무에 기생한 겨우살이를 영생불사(永生不死)의 상징으로 여겨 절대적인 존재로 숭배했다. 서영에서 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겨우살이를 하늘이 내린 영초(靈草)라고 하여 신성하게 여기고 경외의 대상으로 삼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겨우살이가 번개와 벼락을 막아주고 화재를 피하게 하며 귀신과 병마를 내 쫓는 신통력이 있는 것으로 믿었다.
항암효과 뛰어난
황금나무 겨우살이
옛날 태양신을 숭배한 켈트족 드루이드교의 제사장은 황금으로 만든 낫으로 겨우살이를 베어 재단에 바쳐 제사를 지낸 뒤에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어 집의 추녀 밑이나 마구간의 천장에 매달아 두게 했다. 이렇게 하면 사람이나 집짐승들이 병에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못된 귀신이 얼씬하지 못한다고 믿었다. 이 풍습은 지금도 오스트리아, 스위스, 스웨덴 같은 데서 민간에게 이어져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를 못 낳는 여인이 겨우살이를 몸에 지니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고 전쟁터에 나갈 때 부적처럼 지니면 다치지 않는다고 믿었다. 드루이드교도들은 겨우살이를 담갔던 물을 만병통치약으로 믿어 이물을 옴니아 사난스(Omnian Sanans), 곧 ‘모든병을 고치는 물’이라 했다. 간질병의 묘약으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고 모든 독을 푸는 약이라고도 했으며, 죽은 사람도 살려낼 수 있고 신(神)도 죽일 수 있는 약이라고 여겼다.
겨우살이는 참나무, 오리나무, 밤나무, 버드나무, 팽나무 같은 낙엽활엽수에 줄기에 뿌리를 박아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살아가는 늘 푸른 여러해살이 기생목이다.
모든 나무가 잎을 떨어뜨린 한 겨울에 공중에서 홀로 푸름을 자랑하니 옛 사람들이 이를 보고 신성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겨우살이는 잎과 줄기가 모두 진한 녹색이고 가지가 두 갈래로 계속 갈라지고 가지 끝에 잎이 마주나기로 난다. 잎은 두껍고 앞뒤가 같으며 선인장처럼 물기가 있고 연해서 잘 부러진다. 그러나 가지는 탄력이 있어서 센 바람에도 여간해서는 부러지지 않는다.
겨울에 노랗고 투명한 콩알모양의 열매가 달리는데 이것을 까치나 산비둘기 같은 산새들이 즐겨 먹는다. 열매에는 끈적끈적한 점액이 많이 들어 있어 새들이 이것을 먹고 나서 부리에 붙은 씨앗을 떼어내려고 다른 나뭇가지에 부리를 비빌 때 씨앗이 들러붙게 된다. 점액이 마르면서 접착제처럼 씨앗을 나뭇가지에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이 상태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씨앗에서 싹이 나와 나뭇가지에 뿌리를 박게 된다. 번식방법이 썩 기발한 나무이다.
고혈압과 관절염,
당뇨병에 탁월한 효험
우리나라에는 꼬리 겨우살이와 겨우살이, 참나무 겨우살이, 붉은 겨우살이, 동백나무 겨우살이의 다섯 종류가 있다. 겨우살이는 황금가지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다양하고 뛰어난 약효를 지닌 식물이다. 먼저 겨우살이는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치료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혈압을 완만하게 떨어뜨리면서 그 효과가 오래 지속 되며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동맥경화로 인한 여러 심장병을 낫게 하며 심장근육의 수축기능을 세게 한다.
하루 30-60g 을 달여 먹으면 동맥경화로 인한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 여기에 산사, 마늘 등을 같이 쓰면 더할 나위없는 고혈압 치료제가 된다. 협심증에도 겨우살이를 먹으면 통증이 가라앉는데 이것은 겨우살이가 관상동맥을 확장하고 혈액의 흐름을 빠르게 하기 때문이다. 겨우살이를 복용하고 고혈압 치료약을 먹던 사람이 약을 끊어버린 사례가 많을 만큼 뛰어난 고혈압 치료약이다.
겨우살이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간과 신장을 이롭게 하므로 류머티스 성 관절염을 비롯하여 풍습 성 질병에도 효력이 크다. 성질이 차지도 덥지도 않으므로 체질에 상관없이 쓸 수 있으며 만성병으로 몸이 몹시 쇠약해 졌을 때 오랫동안 먹으면 기운이 나며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 관절염이나 신경통, 요통치료에도 효과가 좋다. 당귀, 천궁, 두충, 속단, 위령선 도인 등을 더해 써도 좋지만 겨우살이 한 가지만을 써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말려서 가루를 내어 알약으로 짓거나 달여서 먹으면 중풍으로 인한 반신불수나 사지마비 등을 푸는 효과도 있다. 겨우살이는 마비를 풀고 척추와 말초신경이 손상된 것을 회복시키는 작용이 있다. 대개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를 본다. 중풍으로 인한 마비는 오래될수록 치료가 어려우므로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우살이는 당뇨병에도 신기하다고 할 만큼 효력을 발휘한다. 당뇨병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폐결핵에는 겨우살이, 소태나무껍질, 숙지황, 산수유, 마, 목단 피, 복령, 택사, 모려 가루를 함께 쓰면 폐결핵이 먼저 낫고 당뇨병은 나중에 낫는다. 2-3개월쯤이면 완치가 가능하다. 겨우살이만 하루 80-100g 씩 약한 불로 오래 달여서 차처럼 수시로 마셔도 당뇨병에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이를 가진 여성의 유산을 막는 안태 약으로도 겨우살이를 쓴다. 임신 중에 자궁에서 피가 나오거나 아랫배와 허리가 아프면 유산할 징조인데 이럴 때 겨우살이, 하수오, 당귀 등을 달여 먹거나 가루 내어 알약을 지어 먹으면 유산을 막을 수 있고 피나는 것도 멎는다.
겨우살이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피나는 않는데 등에도 효과가 좋다.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는 황기와 으름덩굴을 같이 달여 먹으면 젖이 많아진다. 옛 의학책에는 상기생(桑寄生)이라 하여 뽕나무에서 자란 겨우살이만을 약으로 쓴다고 하였으나 우리나라에는 뽕나무 겨우살이가 자라지 않는다. 뽕나무 겨우살이는 참나무와 오리나무 등에 자라는 겨우살이와는 생김새가 다르다. 잎이 넓고 줄기가 갈색이며 열매도 갈색으로 익는다. 중국에는 대략 3백가지쯤의 겨우살이가 있으며 그 대부분을 약으로 쓴다. 겨우살이는 기생하는 나무에 종류에 따라서 약효가 다르게 나타난다. 숙주가 되는 나무한테서 물과 영양을 빼앗으므로 당연히 숙주나무의 성질을 닮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아무데서나 함부로 채취해서 약으로 쓰면 안 된다. 독이 있는 나무에서 자란 겨우살이를 잘못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 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겨우살이 중에서는 반드시 참나무나 떡갈나무에서 자란 것만을 약으로 쓴다. 버드나무 밤나무 같은데서 자란 것을 달여 먹으면 머리가 몹시 아픈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채취는 아무 때나 할 수 있으나 겨울부터 이른 봄 사이에 하는 것이 제일 좋다. 겨우살이는 나무를 죽게 하지는 않으나 상당한 피해를 끼친다. 장대에 낫을 달아서 채취한 다음 잘게 썰어서 그늘에 말려 약으로 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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