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압승의 가장 큰 의미는 작은 정부 정책이다. 3조달러에 달하는 저축과 보험가입금을 관리하며 27만명의 직원을 가진 우정국을 사기업화하겠다는 정책이 상원에서 부결된 후 바로 총선 정국으로 몰아붙인 고이즈미 총리의 승부수는 일본 경제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가져야만 살아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지면서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게 되었다.
고이즈미 총리의 작은 정부 정책이 갖는 의미는 바로 일본 경제의 핵심문제인 금융개혁으로 연결된다. 지난 10여년간 일본 침체의 원인으로 부실화된 금융계를 개혁하지 못하는 정책이 꼽히고 있다. 일본 전체 가계예금의 4분의1을 운용하는 우정국은 정부 기업이라는 큰 틀에서 금융계 개혁을 저지하는 정치적 논리의 상징적 대표기관이다. 바로 이 우정국이 이번 총선 승리로 사기업화하게 됨으로써 일본 금융계는 개혁의 큰 물꼬를 틀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총선으로 일본 경제는 일단 그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작은 정부 정책을 시도해온 현 고이즈미 총리 집권기에 일본이 성장의 기미를 보여주면서 올해 들어서는 고성장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경제 성장 전망은 낙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살아나는 일본 경제는 미국 경제 당국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이다. 현재 미 경제 당국이 풀어야할 당면과제를 해결하면서 해결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데 일본 경제 성장이 가장 좋은 처방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2000년 주식시장 붕괴 후 급격한 침체를 막기 위해 연방은행이 주도한 초저금리 정책의 결과로 소비 중심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연방은행의 경기부양을 위한 자금의 확대는 기업들의 소극적 자세 때문에 생산시설에 투자되지 못한채 부동자금이 되어 부동산과 주식등 자산투자로 이어졌고 이제는 그 자산가치 상승이 거의 투기의 수준까지 올라갔다. 더 나아가 기업의 소극적 자세는 늘어나는 소비를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케 함으로써 무역적자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주도형 경제성장은 투기와 물가상승이라는 잠재적 불안요인을 안고 있다. 잠재적 불안이 다시 거품이 되어 터지지 않도록 지금 미 경제 당국은 서서히 고삐를 죄고 있는데 가장 큰 고민은 어디까지 조여야 하는가 하는 수위조절에 있다. 수위조절이 너무 심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하는 결과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경제가 살아나 준다면 미 경제 당국의 고민은 해결될 수 있다. 미국의 국내 소비를 줄여도 일본의 소비가 늘어나면 일본으로의 수출을 늘릴 수 있게돼 줄어든 미 소비를 일본이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즉 일본이 완충역할을 해줌으로써 미국은 좀더 강력한 성장억제 정책을 쓰면서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민당의 총선 승리에 따른 미 경제에 대한 각 분야별 영향을 분석해 보면 우선 미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올라간다. 일본의 경기 전망이 좋아지면서 해외투자가 일본으로 몰리면서 예상되는 현상이다. 낮아진 달러 가치는 미국산 상품가격의 가격 경쟁력을 가져와 수출 증가에 기여케 된다.
둘째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착륙이란 미 경제 당국이 원하는 최상의 구상으로 거품을 터뜨리지 않고 서서히 조정해 가는 과정을 말한다.
지난 5년간은 미국이 소비하고 중국이 생산하는 세계 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거품의 불안을 안고 있는 이 시점에 미국은 무한정 세계 경제의 소비센터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소비를 줄였을 때 오는 경제적 부작용은 더 큰 문제일 수가 있다.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인 일본이 미국의 역할을 나눠져야 할 때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승부수는 어떤 면에서 미국 더 나아가 세계 경제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미국이 홀로 지탱한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일본이 나누어줌으로써 미 경제 당국이 기대하는 경제의 연착륙을 기대해 본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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